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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주택시장, 정책 그리고 공공성

 

 

이상영 李常英

경제학 박사. 저서로 『아파트의 경제학』, 주요 논문으로 「부동산 투자회사제도의 도입방안에 대한 연구」 등이 있음.

 

 

2003년 10·29 주택시장안정 종합대책 시행 이후 안정적이던 아파트 가격이 연초부터 상승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비수기인 5, 6월에 강남과 분당, 용인, 과천 등 수도권 동남부지역을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20% 이상의 가격상승이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자 정부는 지금까지의 부동산정책을 백지에서 재검토해서 새로운 부동산 종합대책을 8월말에 내놓기로 하고, 전방위적으로 부동산가격 폭등을 막고 불로소득을 회수하기 위한 행정적·제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7월 중순부터 가격이 정체되기 시작해서 최근에는 하락세를 보이는 등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범정부적 대처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정책불신은 사라지지 않고 있고, 특정지역 중심의 가격폭등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근로소득자의 허탈감이 커지면서 계층간·지역간 갈등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가격이 정체된 지역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높아질수록 기존 정책에 대한 불신은 주택시장에서의 공공성 제고를 요구하는 형태로 집약되고 있다. 그리하여 분양원가 공개, 공영개발에 의한 이익환수 등은 시장경제원리와 배치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새로운 정책기조로 정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러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책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이 정책기조가 국민적 공감을 얻고, 합의점에 도달할지는 미지수이다. 아직까지 시장과 정책, 또는 무주택자나 1가구1주택 소유자와 다주택소유자, 또는 서민대중과 소수 부동산부자 간의 갈등이나 대립으로 인식하는 분열적 사고가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입장 차이에 의한 선택의 문제로만 비춰지기 때문에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부동산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그 위기의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부동산가격의 결정원리와 그 함의

 

부동산가격은 어떤 근거에 의해 결정되고, 또 영향을 받는 것일까? 현재 우리의 부동산가격은 적절한 수준인가 아니면 조만간 붕괴될 거품인가?

부동산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 접근법이 있다. 하나는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시장가격의 비교사례법’이라고 하는 방법이다. 즉 우리집 가격을 산출하는 데는 결국 이와 유사한 부동산의 시장매매가격이 하나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한국처럼 아파트가 주요한 주거형태가 될 때 이 가격조사는 상대적으로 대중화되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동일한 아파트단지의 동일평형이 시세(時勢)라는 이름으로 조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장가격만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많은 한계가 있다. 특히 시장에서 거래가 드문 경우 이러한 가격사례 조사는 어려움이 있으며, 아파트가격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실거래가격은 경기동향에 따라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금융권의 담보대출이나 부동산투자시 흔히 쓰이는 방법이 ‘원가법’(cost approach)이다. 원가법은 토지가격에 건축비를 더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방법이다. 분양원가 공개도 결국은 이를 통해 부동산의 투입비용을 산출해보고자 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 부동산감정평가는 이 방법을 가장 기본적으로 여겨왔고, 현재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방법은 IMF 외환위기 이후 적용 빈도가 크게 줄어들었다. 왜냐하면 당시 외환위기로 대규모 부동산이 매물로 쏟아지는 과정에서 외국계 투자자들이 철저히 이러한 방식을 외면하고 수익환원법 또는 소득접근법(income approach)을 강제했기 때문이다. 수익이 없는 부동산은 설사 장부가가 수천억원이라도 수익가치가 없기 때문에 실가격은 헐값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이에 따라 상당한 국내부동산이 외국계 투자자에게 저가로 매각되었고, 이후 우리나라 부동산업계에서 투자부동산의 가격상정시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기초하는 소득접근법이 가장 중요한 평가방법이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부동산가격 결정방법은 우리에게 몇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첫째 부동산도 하나의 자산으로서 가격을 갖고 있고, 그 가격은 원천적으로는 자산가격 결정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부동산자산가격 결정에 영향을 주는 본질적 요소는 그 자산의 내재가치이며, 그 내재가치는 결국 그 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수익과 그것에 기초한 자본화(capitalization)에 의해 결정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가격은 해당 부동산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소득, 비용, 할인율, 조세 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둘째 부동산가격은 그 부동산에 대해 소비자나 투자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임대료, 분양가, 매매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한 나라의 국민경제 소득수준과 부동산가격은 일정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경제의 성장률이 떨어지는데 부동산가격만 오르는 현상이 가능한가? 원리적으로 그것은 소득수준 이상의 부동산가격 상승을 초래하면서 거품현상으로 귀결될 것이다.

셋째 부동산 가격조사나 평가가 하나의 방법에만 의존해서 왜곡될 경우 가격의 시장지표 기능이 상실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부동산조세의 과세표준에서 특히 심각해서, 지나치게 낮은 과세표준이 부동산시장의 불투명성을 야기하는 기본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분양원가 공개도 그것이 시장의 가격조사를 위한 자료로 인식되지 않고, 가격 그 자체를 결정하는 근거로 삼게 되는 경우 가격을 인위적으로 결정함으로써 가격의 시장지표 기능을 상실케 할 위험이 있다.

 

 

IMF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의 변화

 

그러면 IMF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부동산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발생하였을까? 우선 우리 경제의 저성장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70년대 두 자릿수의 고도성장과 8,90년대 10%에 육박하는 경제성장과 달리 2000년 이후 성장률은 5~6%에 머물렀고, 현정부 들어서는 5%를 달성하는 것도 힘겨운 상황이 되고 있다. 이처럼 낮은 경제성장률하에서 부동산시장 가격변화도 그 상승속도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90년대초 강남 아파트가격은 폭등기에 연간 50~60% 가격상승을 기록하였으나 2001~2002년에는 가격 폭등기에도 상승폭이 90년대초 절반 수준인 25% 전후를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가격순환의 진폭은 점점 작아질 것이다. 더욱이 현재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고 있고, 선진국과 같이 110~120% 선이 되면 가격정체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둘째 부동산경기와 일반경기의 관계가 변화되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경기는 일반경기가 상승한 후에 좋아지는 후행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왜냐하면 부동산수요는 파생수요로서 일반적으로 경기상승기를 거치면서 확장되며 이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사무실이나 공장, 물류시설 등은 기업성장과 경기상승에 따라 부동산수요로 연결된다. 이와 동일하게 가계에서도 소득증가와 이에 기초한 주거수요가 확대되면서 부동산가격 상승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는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일반적으로 목격되었다. 85년 3저호황 이후 88년 서울올림픽까지 경기는 호황을 누렸는데, 부동산경기의 정점은 90년대 초반에 왔다. 전형적으로 후행하는 형태의 부동산 경기순환을 나타낸 것이다.

그런데 1998년 외환위기 직후 발생한 부동산가격 폭락 이후 부동산 경기순환은 전혀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당시 아파트가격은 20% 정도 하락했고, 1999년부터 급속한 회복세를 보였는데, 현재 경기상태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와 동일한 순환을 나타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인 가격하락에 대한 반등효과로서 다시금 일반적 경기순환형태로 바뀔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전혀 다른 형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2001년 이후 부동산가격이 급등하고 경기선행지수와 동일한 순환을 보이면서 부동산경기가 전체 경기를 선도했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까지도 지속되어 부동산경기가 동행 내지 선행하는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후에는 기본적으로 부동산금융시장의 변화와 부동산정보 흐름의 변화, 부동산투자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다. 부동산금융시장에서 단기 주택담보대출이 지난 3~4년간 급격히 확대되면서 과거 전세에 의존해서 주택을 매입하던 형태에서 이제는 저금리 제도권 융자에 의해 집을 사는 형태로 전환되었다. 부동산정보의 흐름에서 수요자가 공급자보다 우위에 서게 되면서 정보가 시장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또한 주거가 아닌 투자라는 관점이 확산되면서 다주택소유가 증가하고 있다.

셋째 주택수요자의 의식이 변화했다. 주택수요자의 의식변화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주거문화 내지는 주거가치와 관련된 사용가치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사용가치와 관련해서 보면 소비자들은 주변환경, 편의시설, 교통·교육·문화 인프라, 단지내 자연친화적 요소, 단지배치, 조망, 아파트 내부구조, 인테리어 등 기존 아파트의 개념만으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많은 요소들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추세는 수도권만이 아니라 지방까지 확산되고 있으며, 이전과 달리 판상형의 아파트보다 탑상(타워)형의 주상복합아파트를 더 선호하는 현상도 이러한 변화의 한 단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직장과 주거의 근접성이 과거보다 좀더 중요한 주택가치로 반영되고 있다. 강남으로의 집중현상을 주택가격 상승 때문으로만 해석해서는 곤란한 점이 여기에 있다. 서울의 교통중심이 광화문과 강남으로 대별되고 있고, 강남을 중심으로 주거지가 분당―용인―과천―평촌으로 확산되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도시계획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가격폭등을 어떻게 볼 것인가

 

2003년 4/4분기 이후 가격안정기가 상당히 길게 지속되었다. 매매가격만이 아니라 전세가격도 동시에 안정되었고, 재건축아파트 가격까지도 하락했다. 특히 전세가격의 하락현상은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선행지수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고무적으로 인식되었다. 전세가격은 결국 주택수요를 반영하는 것이고, 전세가격의 하락은 주택공급이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신호로 해석되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상당히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다음 두 가지 현상을 보자. 첫째는 과거에 볼 수 없던 다양한 주택형태의 공급이 확대되어왔다. 대표적인 임대형 주택으로는 다세대다가구, 주거용 오피스텔 등이 있으며, 특히 주거용 오피스텔은 과거 오피스텔과 달리 아파트와 유사한 시설과 기준을 갖추면서 기존 아파트임대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수도권에만 20만호 전후의 주거용 오피스텔이 신규 분양되거나 입주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로 다주택소유자의 급속한 증가를 들 수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개인임대주택사업에 대한 조세혜택과 함께 2주택 이상 소유자가 증가했고, 자본이득을 바라고 주택을 다수 매입하는 현상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시장에 전월세 주택공급이 크게 증가했다.

따라서 이제 전세가격 안정이 곧 주택공급의 확대나 수요의 충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비해 자가주택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일부 노후아파트에 사는 가계의 경우 평형확대나 신축주택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수요는 정책규제에 의해 억제되어온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연간 평균 거래건수는 100만에서 110만건 정도인데, 2004년의 경우 정부 공식통계로 77만건을 기록하였다. 따라서 지난 1년여 동안 주택거래신고제 등 각종 규제조치에 의해 정상적인 시장거래가 연기되거나 급감하면서 거래수요가 잠복될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

주택시장에서 수요를 충족하는 공급의 필요성은 이미 2001년과 2002년의 가격폭등시에도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아파트사업의 경우 사업승인 이후 입주까지 3년 안팎의 시간이 필요하다. 건설교통부의 주택건설사업승인물량 통계를 보면 1997년까지 연간 60만호이던 것이 1998년 30만호, 1999년 40만호 선으로 줄어들었고, 그 결과는 2~3년 후인 2001년과 2002년의 가격폭등으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현재의 일부 지역의 가격폭등을 전체 시장의 가격폭등으로 이해하는 것은 지나치게 문제를 확대해서 보는 것이다. 이들 지역의 가격상승이 우려스러운 면도 있지만 현재 가격폭등은 국지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상반기중 아파트가격의 전국 평균상승률은 6% 정도인데, 이것도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2001년이나 2002년과 비교하자면 그렇게 높은 수준도 아니다. 강남과 분당지역이 진원지라는 점에서 확산의 우려가 있지만, 현재 경기나 주택수급 상황으로 보면 전국 확산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의 가격상승폭이 상반기에만 10~25% 수준에 이르기 때문에 단기간 지나친 가격상승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해 분명한 규제신호를 보내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시장에서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는 조치도 필요하다. 즉 이들 지역 시장내 공급이 부족하고, 새로운 주택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과거와 같은 동일한 주택 유형이 아니라 훨씬 세련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주택이 공급되어야 하고, 그것은 시장 수요면에서 보면 신규수요라기보다는 대체수요적 성격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면 주택을 자가의 형태로 제공할 것인가 아니면 임대의 형태로 제공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현재 강남에는 상당한 임대수요자가 있고, 현재도 이 지역으로 들어오려는 외부 주거수요가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중대형 아파트 공급을 자가 형태로 제한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중형임대를 공급해서 자가소유가 아니라도 높은 주거의 질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공공성과 산업화

 

현재 정부는 정책의 세 가지 기본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첫째 거래의 투명성, 둘째 불로소득의 환수, 셋째 공공부문의 역할 강화를 통한 실수요자 요구 충족. 이러한 정책적 방향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현재 거래의 투명성을 위해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실거래가 신고, 매매가의 등기부 기재 등이다. 불로소득의 환수는 각종 세금제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중인데 대체로 보유세를 늘리고 거래단계 부담은 덜어주는 것이 기본적인 방향이고, 세제를 통해 다주택소유자를 축소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공공부문 역할의 강화는 결국 부동산 개발단계에서 발생하는 지나친 초과이득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공영개발이나 임대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좀더 구체적인 정책은 8월말에 제시되겠지만, 결국 이러한 정책이 장기적으로 정착되어 힘을 발휘하려면 그 방향성 못지않게 실효성 있는 상세한 제도와 시장자율적인 메커니즘을 창출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원인진단과 정책효과에 대한 과학적 측정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주택정책은 큰 방향성은 좋았어도 단기적인 효과에 치중하면서 결과적으로 더 큰 부작용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인진단을 위한 기초자료나 통계, 시장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이러한 부작용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또한 정책효과에 대한 씨뮬레이션 등을 통해 그 효과를 측정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만 진정 장기적인 효과를 원한다면 주택에 대한 직접적 규제나 공급정책 자체보다는 부동산시장의 참여자들이 그 시장에 순종하면서 정부가 목표로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근본적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하나는 공공성이라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화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공공성의 문제는 주택문제를 시장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갖는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주택정책은 사회복지적 성격을 강하게 가지므로 이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나 핵심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서민 주거안정과 1가구1주택주의가 주택정책의 주요한 목표였고, 소득계층별로 그 수준에 맞는 주택유형을 정부가 적절히 공급하려는 정책을 펴왔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적 목표가 쉽게 달성되지 못하는 것은 이를 위한 비용이 국가재정의 부담을 가중시킬 정도로 크기 때문이며, 실제 주택가격 상승에는 IMF위기 이후 공공투자의 급속한 감소가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2001~2002년 가격폭등도 90년대말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감소가 원인 중에 하나였다. 따라서 정부가 주택정책을 펴는 데서 첫째로 고려해야 할 점은 이와같은 공공주택의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재원조달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재원조달의 한 방법으로 부동산관련 조세를 특별회계화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다양한 규제부담금, 채권, 민간참여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는 주택담보대출이 기형적으로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시장왜곡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은 1년에서 3년 정도의 단기 변동금리 대출로서 필요 이상의 주택구입이나 다주택투자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위기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이러한 방식의 대출환경은 주택시장의 건전화를 위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은 단기 부동화되어 부동산의 투기적 가격상승을 야기할 위험이 크고, 이에 따라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을 점점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작년부터 모기지(mortgage) 대출제도가 도입되면서 적어도 15년 이상 장기대출을 통해 중소형의 내집마련 수요자의 금융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향후 1가구1주택의 자가주택 소유율을 높이고, 시장의 단기대출관행을 불식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단기적·투기적 수입에 기초하는 산업의 후진성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이 시장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는 산업정책적 관점을도입해야 한다. 과거 금융실명제와 종합과세가 정착되기까지는 20년 이상이 걸렸는데, 이 과정에서 단순히 제도 도입이나 정책시행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금융산업의 투명화·현대화·국제화도 동시에 수반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산업의 시장규모·정책수준·정책효과 등을 고려해볼 때 현재와 같은 시장참여자 규모나 질적 수준을 전제로 해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한다 해도 장기적으로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부동산의 라이프싸이클로 보자면 기획-개발-분양-유통의 전단계에서 산업화(modernization)가 이루어져야 하고, 정부가 그 속도를 촉진하는 정책을 사용하면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정책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가격이 정상적인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상태에서, 그것을 시장참여자들이 정당한 댓가 이상으로 받아가고 있다면 결국 그 시장의 정상화를 통하지 않고 일부 제도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이러한 현상을 없애기란 불가능하다.

결국 주택시장의 특성에 맞는 공공성 제고와 현재 부동산시장 규모에 걸맞게 부동산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릴 때만 비로소 부작용이 최소화되는 주택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