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 회원 전용 콘텐츠
『창작과비평』을 정기구독하시면 모든 글의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 중이신 회원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시
허만하 許萬夏
1932년 대구 출생. 1957년 『문학예술』로 등단. 시집 『해조』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 등이 있음.
폭포는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것은 연어만이 아니다. 낙하지점에 이른 나이아가라 강물은 한순간의 연푸른 망설임 끝에 부들부들 떨며 허공에 몸을 던진다. 폭포는 원래 11km 하류에 있었다. 몸으로 빙하기 암반을 깎으며 흐름을 거슬러 현재의 위치에 이른 1만년의 물보라.
설악산 자락 남대천 늦가을을 찾아 북태평양 2만 km 검푸른 물너울을 헤치는 연어의 집념처럼 폭포는 인간의 언어를 넘어서는 치밀한 보폭으로 물길 방향을 거슬러 오른다. 죽으러 가는 동물은 태어난 자리를 찾는다.
언젠가는 노을을 반사하는 암벽을 노출하고 사라질 폭포는 지금 천의 천둥소리와 함께 중천에서 부서지고 있다. 1년에 1.2cm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시시각각 상류를 향하여 생물처럼 움직이고 있는 장대한 물의 낙차. 나이아가라.
흉노의 지평선
고삐를 잡은 실루엣의 그가 지평선 위에 서는 것은 새로운 전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초원이 펼치는 싱싱한 초여름처럼 살아 있는 자기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천리 모래바람을 달려 그곳에 이르면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지평선이 다시 태어나는 지점. 가까움이 그대로 아득히 먼 것으로 뒤집어지는 포옹 같은 거리의 반전. 밤색 말 등에 걸터앉은 그가 실눈으로 노려보는 것은 끊임없이 후퇴하는 야성의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