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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최승호 崔勝鎬
1954년 춘천 출생. 197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대설주의보』 『눈사람』 『그로테스크』 『모래인간』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 등이 있음. choipe@hanmail.net
진달래꽃
그동안 없었던 일이다
드디어 우리 동네에도 콜걸들이 쳐들어왔다
누가 보기에도 민망한
엉덩이며 젖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광고전단지들이 골목길에 뿌려진 것이다
실낙원이라는 게 뭔지
모르는 아이들은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간다
한눈을 팔면
등교길 동산에는
진달래꽃이 피었다
영원한 봄이 없는 줄 잘 알지만
싸구려 매음굴에 우글거리는 음습한 욕정들을
저 동산으로 옮겨서
진달래꽃이나 철쭉꽃으로
벌겋게 피워봤으면……
게
어기적거리는, 엉성한, 눈을 흘기는 문체로 써야겠다. 아무래도 나는 순하고 착한 노인은 못될 것 같다. 그렇다고 일부러 독 짓는 늙은이가 되겠다는 말은 아니다. 육신은 느리게 늙어가고 인생은 빨리 썩어간다. 아마 죽은 뒤에는 우울했던 해골도 이빨이 빠진 채 웃으리라. 이런 말도 아직은 혀 한 조각이 뭉쳐져 있어 하는 것이다.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에 걸려든 것 같은 일상적 삶을 게요리전문점 수족관의 게들도 경험한다. 그들도 몸을 팔려고 대도시로 왔다. 누가 내 몸을 사서 분해하거나 해체해도 그 왕성한 식욕을 원망하지 않겠소! 게들은, 왕게든 털게든 대게든, 늠름하게 최후를 맞이하겠다는 자세로 수족관 유리 밖을 물끄러미 내다본다. 지금은 바퀴들이 지나간다. 구름은 흘러오고 사람들은 흘러가고, 사람 외에는 보이는 영장류가 없다. 그러나 밖으로 끌려나온 뒤에 게는 일종의 괴상한 광물덩어리에 불과하다.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보이는 것도 없고 보는 자도 없고 도대체 뭐가 뭔지, 과거에 참으로 게였는지, 텅 빈 껍데기가 현재인지, 미래는 이제 없는 건지, 이게 그 게 찌꺼기인지, 저게 그 게의 잔해인지, 모든 게 가짜인지 헛것인지 뒤죽박죽 너절하게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간다 해도, 그래도 靈을 믿었던 게는 다리가 없어도 어기적거리고, 눈이 없어도 가야 할 길을 보며, 마침내 바다로 돌아간다고 말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