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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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명

1965년 서울 출생. 1994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붉은 담장의 커브』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 등이 있음. smlee712@hanafos.com

 

 

 

깨진 빗방울

 

 

창을 붙잡고 있는

빗방울들이 모두 깨져 있다.

하늘이 깨져 있다.

 

태어나지 못한 말

깨진 말

사라져버릴 말들이

아주 잠시 머물렀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뇌가 떨어지고

뇌를 감고 있는 폭풍우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유리창이 깨져 있다.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고

처음부터

깨져 있었다.

 

 

 

너를 붙들 수 없었다

 

 

너를 붙들 수 없었다.

향기만 진동했다.

떨어져내리는 꽃만 가득했다.

꽃을 잡을 수 없었다.

 

너를 붙들 수 없었다.

꽃보다 먼저

낭떠러지보다 먼저

네게 도달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