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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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산 金榮山

1964년 전남 나주 출생. 1990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평일』 『벽화』 등이 있음. kyc4725@hanmail.net

 

 

 

영흥도 소사나무를 위한 기도

 

 

1

 

그녀가 영흥 친정집에 들러 하룻밤 묵고

섬을 쏘다니지 않고 곧장 육지로 나오는 까닭에,

식구도 없이 혼자된 후에야

십리포 소사나무 군락을 사십년 만엔가 찾아갔다

그녀가 찾은 때는 한겨울

바닷바람 매서워 잔뜩 웅크리고,

아 그런데 소사나무들도 웅크리고

여전히 나이를 먹지 않고 있다

잘 자라지 않는 나무야 있지만

거의 그대로 서서 묘하게 뒤틀려 있다

 

 

2

 

그녀는 가을날 또 영흥에 들렀다

우연히 무엇엔가 이끌려 난생처음

섬에서 가장 높은 국사봉에 올랐다

한 오백년 된 늙은 소사나무들이 빙 둘러 있다

 

그녀는 이젠 은빛으로 빛나는

국사봉 소사나무들과 십리포 소사나무들이

왜 그러는지를 생각했다

팔다리뿐만 아니라, 어릴 적부터 온몸이 뒤틀린

잘 자라지 않는 소사나무, 소사나무들을

 

모든 나무는 기도하며 서 있다, 그녀가

소사나무 아래 기도할 때

생을 통째 드러낸

얽히고설킨 뿌리 사이

사과와 배들이 박혀 있다

 

 

 

영흥도 농어바위를 위한 기도

 

 

영흥 수해리 바닷가엔 아주 크고 까만, 반질반질한 농어바위가 있다. 그런데 그 농어바위는 날마다 파도에 잠겼다 드러났다를 반복하여 조금씩 제 살점을 떼어주어서, 주위에 온통 새까만 작은 돌들이다 농어바위가 새끼를 치는 것인데, 사람들이 주워가버리지 않는다면 자글자글 젖 달라 보채는 소리를 곧 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