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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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림

1947년 경북 문경 출생. 1989년 『문학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토씨찾기』 『그곳에도 사거리는 있다』 『시절 하나 온다 잡아먹자』 『상자들』 등이 있음. poemsea56@hanmail.net

 

 

 

톡톡 토톡

 

 

아들놈은 제 방에 나는 내 방에

남편은 남편 방에 제각각

문 닫고 면벽하는 날들이 늘어간다

온갖 문들은 꽝꽝 닫히고

벽들만 줄줄이 스크럼을 짜고 쳐들어온다

앞날이 닫힌 문의 저쪽처럼 아득하다

전자 벽시계만

 

솨아아

솨아아아아아

 

파도친다

들어보니 저쪽에서 아까부터 끊임없이 무슨 기계음 들린다

아들놈(님?)이 무슨 게임이라도 하는지

따가닥따가닥따가닥따… 소리가 끝이 없다

죽은 피붙이들이 조막만한 말을 타고 달려오는 소리 같기도 하고

어디 베가성쯤으로 날리는 모스부호 같기도 하다,

나도 손가락으로 톡 톡 톡

책상을 두드려본다 가라앉았던 공기가 톡 톡 톡

튀어오른다 가라앉았던 마음이 톡 톡 톡

일어나고 톡. 톡. 토톡.

잊혔던 슬픔이 튀어오르고 툭… 투툭

잊기로 했던 쓸쓸함도 분연히 일어선다

 

저쪽에서는 계속 따가닥따가닥따가닥

말들이 뛰어다니고 모스부호가 날아다니고

왠지 나는 자꾸 처연해져 톡… 톡… 툭… 툭

죄없는 책상을 두드려보는 것인데……

 

그래, 한생의 저녁나절이 이렇게

따가닥따가닥 톡 톡 툭 툭…

이라면!

 

 

 

개미

 

 

등가죽과 뱃가죽이 붙은 자들이

일렬로 서서 죽은 듯

가고 있었다

어떤 발굽이 선봉(先鋒)의 한 무리를 밟고 지나갔다

뒤따르던 자들은 잠시,

우왕좌왕하는 듯했지만

금방 다시 줄이 잡혔다

 

뭔가 잔뜩 이고 진 듯

그저 빈 몸인 듯

 

저 위에서

황금 부처가 빙그레

내려다보고 있는

가이없는 얼음장의

그 법당 바닥

 

누군가 떨어뜨린 검은 실 한 파람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