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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2007, 한국사회의 미래전략
한반도 환경문제와 남북환경공동체
손기웅 孫基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 정치학과 객원교수. 저서로 『북한 환경개선 지원방안』 『남북환경공동체 형성방안』 『남북환경에너지협력 활성화전략 연구』 등이 있음. songw@kinu.or.kr
1. 한반도에서 환경문제의 의미
환경오염과 파괴, 그리고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오늘날 전지구적 현실이며 남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극심한 산림파괴, 두만강 및 압록강의 오염 등으로 북한의 환경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북한의 경제가 회생되어 산업을 제대로 가동할 경우, 특히 주요 에너지원인 석탄을 대규모로 사용한다면 그 환경적 피해는 더욱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북한 환경문제의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은 북한식 사회주의체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와 북한당국의 정책 실패에 있다. 환경보호를 위한 개인적 동기부여의 부재, 환경보호에 우선하는 생산할당량 수립, 시장기제 및 시장가격 부재에 따른 환경자원의 효율적 사용 유인의 결여, 폐쇄적 경제운영의 결과 환경관련 기술 및 인력의 국제적 교류·협력으로부터의 소외, 경제력 약화로 환경분야 투자여력의 부족, 환경관리조직의 경직성, 환경관련 NGO의 부재 등 사회 전반적인 환경의식의 결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국가 차원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중공업화, 4대 군사노선에 기반한 군사화, 무분별한 다락밭 건설 및 간석지 개간 같은 주요 정책들도 환경파괴의 주된 원인이다.
한편 한국도 구조적인 환경문제를 안고 있다. 산업화과정에서 급속한 공업화를 추진하면서 환경은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되었고, 경제의 양적 성장 밑에서 환경문제는 날로 심각해져갔다. 특히 중화학공업 집중 육성이 불러온 사회구조적 변화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다양한 문제로 이어졌으며, 성장위주의 정책은 대기·수질오염 등을 전국으로 확대·재생산했다. 동시에 도시화로 인한 생활오염이 가속화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그럼에도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은 90년대에 들어서야 전반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구조적인 접근은 여전히 제한적이어서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물론,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환경문제의 개선은 절실한 과제가 되었다.
이처럼 환경분야는 남북한 사이의 이념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상호 공동행동을 통한 교류·협력의 무대가 될 수 있다. 한반도가 남북한 주민과 그 후세들이 살아갈 유일한 삶의 터전이므로, 한반도 환경을 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남북한이 정치적 통일 여부와 관계없이 상호 교류·협력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밖에도 환경분야에서 남북한 교류·협력의 가능성이 높은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첫째, 환경문제에 대한 상호협력은 정치·군사적 혹은 경제적 차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제로썸’(zero-sum)이 아니라 ‘포지티브썸’(positive-sum)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한반도의 환경문제는 지역에 따른 정도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체제와 이념을 초월한 공통의 문제이며, 따라서 남북한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협력할 때 그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나 월경성 대기오염에 의한 산성비 같은 문제는 남북 어느 한쪽만이 대처할 사안이 아니다. 셋째, 환경문제는 향후 국제경제질서를 재편할 전지구적 문제이다. 기후변화협약 등 국제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남북이 이에 공동 대응하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넷째, 경제력과 기술력, 체제내적 역량에 비추어볼 때 현재 북한은 환경문제를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제공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데는 남북한 경제공동체 건설구상에 입각하여 상호교류·협력을 추구하는 한국이 가장 적합하다.
이같이 환경분야에서 남북한 교류·협력은 이념·체제의 차이와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라는 삶의 터전을 질적으로 개선하려는 서로의 이해에 부합한다. 동일한 생태공간, 생태축으로 연결된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함께 노력한다면 그 씨너지효과는 대단할 것이다. 또한 정부뿐 아니라 민간 차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학계, NGO들과 연계해나간다면, 이는 남북한 관계개선의 선도적인 촉매제가 될 수 있다.
2. 남북환경공동체는 무엇인가
통일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사회 각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확대해감으로써 남북의 동질성을 회복해나갈 때 통일과정에서의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한반도의 잠재적 역량은 최대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통일의 전 단계로서 민족공동체의 형성이 가장 바람직한 징검다리이자 필수조건이다. 남북간의 이질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별 공동체의 형성이 요구되며, 이는 서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에서부터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경공동체가 바로 이런 분야이다. 현재 남북한은 동일한 환경공간에서 살고 있고, 각각의 환경문제 외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의 환경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환경공동체는 환경분야에서 남북간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고 추가적인 환경협력사업을 개발·시행함으로써 상호신뢰를 구축하고 공동이익의 범위를 넓혀 남북간 환경교류·협력이 안정적으로 발전되는 제도적인 상황으로 정의될 수 있다. 남북환경공동체 형성의 목적은 남북이 각각 지니고 있는 환경능력을 통합하여 한반도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상호간 공동이익을 창출하고 신뢰를 증진하여 남북관계의 틀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체제와 제도를 전제하면서도 남북 모두에 이익이 되는 환경분야의 교류·협력을 확대함으로써 남북한의 제도·질서가 질적 변화를 이루고 그 기반 위에서 남북 주민들이 함께 인간다운 삶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으로 남북환경공동체를 파악하는 것이다.
남북한 주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상에 통일이 있고 또 그러한 목적에 부합하도록 통일정책을 펼쳐야 한다면, 좀더 잘살아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제기되는 남북경제공동체의 형성과 아울러 이를 지속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생태적으로 보완해주는 남북환경공동체의 형성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따라서 남북환경공동체의 성립은 삶의 질 향상, 평화공존과 통일을 동시에 이룩해나가야 한다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과제에 실천적으로 부응하는 일이며, 그 질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3. 남북환경공동체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남북환경공동체의 기본방향
남북환경공동체의 형성을 위해서는 환경의 모든 분야에서 교류·협력이 확대되어야 한다. 환경의 각 부문은 상호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어느 하나에만 따로 접근하는 것은 모든 환경요소들이 상호 의존하고 작용하는 생태적인 특성을 무시하는 일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환경협력사업 추진에는 모든 분야가 고려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을 고려해 단계별로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우선순위의 기준은 그 분야가 남북환경공동체 형성에 기초가 되는지,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이미 협력이 추진되고 있는지 등이 되어야 한다. 남북환경공동체 형성에 기초가 되는 분야는 다른 환경분야의 보호·개선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므로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또한 다른 사업을 추진할 때도 이 분야의 발전과 병행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민간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의 이해관계를 감안하여 남북환경공동체 형성을 위한 협력분야의 선정에서 중점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환경보호와 경제발전의 병행 추진이다. 환경적 요구와 경제적 요구가 맞물려 있는 남북한의 현실에서 양자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분야의 협력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 단·중·장기적으로 중요한 환경적 효과를 수반하고 동시에 환경지식의 공유, 환경 관리능력 및 기술의 상호이전을 통해 남북한의 경제발전과 경제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한다. 대표적인 예로 에너지효율성의 제고를 들 수 있다. 환경오염과 환경자원 소모를 수반하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만이 아니라, 에너지효율성의 증대를 통해서도 에너지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이를 환경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삼아 에너지효율성 증대를 위한 기술개발과 필요설비 생산에 힘을 모은다면, 남북간 경협은 촉진되고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둘째, 수요자중심의 환경협력이다. 남북한의 환경실태와 환경능력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지원 및 협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 중에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하여 협력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북한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를 파악해야 한다. 북한에서 발표된 환경관련 문서를 분야별·빈도별로 정리해보면 이를 대략 유추할 수 있다. 북한의 관심사항이라 판단된 것 중에서 교류·협력을 통해 우리에게 가능하면서도 이익이 될 수 있는 부문을 선정해야 한다. 교류·협력은 설령 동시적·등가적은 아니더라도 반드시 상호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산림파괴로 고난을 겪고 있는 북한과 대부분의 필요목재를 수입하고 있는 남한의 현실을 고려하여 북한의 산림조성을 지원하면, 홍수방지, 공업용수·발전용수·관개용수 확보 등을 돕는 동시에 우리는 필요한 용재를 장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북한은 이와같이 즉각적으로 성과물을 내거나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환경협력-자원재활용, 두만강 수질개선, 폐기물처리 등-을 선호할 것이므로 이를 우선적으로 추진한다.
셋째, 단계적 환경협력이다. 남북 환경협력에 대한 상호인식과 관심의 수준에 따라 남북관계의 전반적 진전상황을 고려하는 가운데 환경협력에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넷째, 다각적 환경협력이다. 동북아지역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한 역내국가들의 노력을 활용하고, NGO들과 국제기구가 주도하고 있는 환경분야의 특성을 감안하여 이들과 적극 연대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남북 환경협력의 큰 흐름과 방향, 개별 사업내용과 방식에 우리의 이해를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환경관련 NGO들은 관계국간에 중요한 정보를 중계하고 지역적·지구적 차원의 환경이익을 대변하는 데서 정부들보다 훨씬 자유롭기 때문에, 남북은 물론 지역 및 지구적 차원의 협력에 관련 NGO들과 적극 손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환경친화적 남북경협이다. 남북경협의 초기단계부터 환경성을 적극 고려한다. 환경문제의 비가역성으로 인해 개발위주의 경협이 추진될 경우 한반도의 환경상태가 악화되거나 남북경협이 정체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해질 것임을 유념한다. 현재 진행중인 남북경협사업-예컨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에도 이 점이 특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여섯째, 월경성 환경문제에 대한 공동대처이다. 산성비, 황사, 황해오염 등 남북한이 공동으로 직면한 월경성 환경문제에서 공동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양자·다자간 정책방안을 도출한다.
남북환경공동체의 추진구도
남북환경공동체의 궁극적 형태는 남북한이 동일한 환경가치관을 가지고 동일한 정책 및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이한 체제와 제도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남북환경공동체를 추진하면서 통합의 결속도를 높이기 위해 경제공동체 형성의 두가지 사례를 원용해볼 수 있다. 하나는 EU(유럽연합), NAFTA(북미자유무역지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등 제도화된 합의를 바탕으로 한 경제통합체(제도적 경제공동체, institutional economic community)이며, 다른 하나는 중국-대만처럼 교류·협력에 의거하여 실질적인 경제통합이 이루어지는 경제단위(기능적 경제공동체, functional economic community)이다.
제도적 경제공동체의 전형적인 사례인 EU는 베네룩스 3국과 독일, 프랑스, 이딸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경제공동체(EEC)의 자유무역지대에서 출발하여 관세동맹과 공동시장을 거쳐 화폐동맹과 정치동맹 순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EU는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따라 화폐통합을 이루었으며, 경제공동체 형성이 국가간 정치·경제제도적 합의의 바탕 위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기능적 경제공동체의 대표적 사례로는 중국-대만 관계를 들 수 있다. 공식적인 조약 체결 이전에 경제·사회·문화분야의 교류·협력증진을 수단으로 삼아 실질적인 경제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는 상태이다. 최근 대만의 해외투자에서 대중국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50%에 이르며, 총 투자금액은 1300억달러를 상회한다. 그리고 대만의 대중무역 흑자는 2700억달러를 넘었다. 이처럼 중국-대만 양안간 경제협력은 ‘윈윈게임’으로 확산일로에 있다. 2005년에는 1949년 대만 분리 이후 처음으로 중국과 대만 사이에 직항로가 개설되었다. 한편 중국에 거주하는 대만 기업인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문화는 중국인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또한 경제교류는 중국에 대한 대만인들의 의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하지만 남북한은 아직도 이념적,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적대하고 있으며 이질적인 경제체제 및 질서를 운영하면서 독자적인 환경정책과 법규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남북환경공동체의 형성을 EU의 사례를 적용해 조망하는 것은 실천적이지 못하다. 특히 환경분야에서 남북간 교류·협력이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적인 환경공동체의 형성은 무망하다.
따라서 중국-대만의 사례처럼 남북간의 실질적인 교류·협력을 추진함으로써 환경분야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여 기능적인 통합을 먼저 달성하고, 이를 심화하는 과정에서 EU의 제도적인 공동체 형성을 이끌어내는, 즉 두 사례를 종합적으로 원용하는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우선 남북간 환경분야 교류·협력을 추진하여 중국-대만간의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법적 조치 및 기구 설치, 환경정책 및 제도상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단기적인 정책과제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단일한 환경정책과 제도를 운영하는, EU 같은 제도적인 남북환경공동체를 모색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정책과제이다.
이 과정을 공감대 형성의 수준, 교류·협력의 진척과 정치적 환경의 개선 정도에 따라 다음과 같은 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다. 단계의 구분은 시기별 중점사업을 의미하는 것이며 단계별로 사업이 중첩되어 추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제1단계는 남북환경공동체의 준비단계로, 남북간 상이한 체제와 질서가 유지되는 가운데 환경분야 교류·협력이 확대되고 공동사업의 가능성이 증대되는 단계이다. 환경협력사업의 물꼬를 트게 되는 이 단계에서 민간과 당국은 직접교류·협력은 물론이고 제3국 혹은 국제기구가 주관하는 사업에 참가하는 간접 방식도 동시에 추진한다. 특히 남북한 정부는 교류·협력을 위한 원칙을 주도적으로 수립하되, 실행상의 제반 문제를 NGO들에 이관하고 당국은 이를 조정·지원하는 데 주력한다.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제3국 혹은 국제기구가 주관하는 사업에 남북한이 공동으로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개발하여 소규모 교류·협력부터 추진하고, 현재 진행중이거나 추진중인 정부간 동북아 환경협력에 참가하여 지역 환경현안에 공동으로 대처해나간다. 나아가 남북이 동시에 가입하고 있는 UNDP, UNEP, UNESCO 등의 행사에 공동으로 참여하여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함께 노력함으로써 남북환경협력을 모색한다.
한편 내부적으로는 남북한 양자간 환경교류·협력과 환경통합을 대비하는 사전준비작업을 추진한다. 특히 환경분야 교류·협력의 활성화를 촉진하고 중·장기적으로 남북환경공동체 형성을 지원·자문할 ‘반민·반관’ 형태의 ‘한반도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칭)를 창설하기 위한 전 단계로, 각각 ‘한반도지속가능발전남측위원회’(가칭) 및 ‘한반도지속가능발전북측위원회’(가칭)를 발족한다.
이들 위원회를 중심으로 환경기준 마련, 환경측정 네트워크 운영, 환경오염 실태 등에 관한 정보 및 기술 교환, 환경전문가간 학술교류, 단절된 한반도의 자연생태계 회복과 한반도에 서식하는 고유종 및 멸종위기종에 관한 정보교환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또한 환경오염 측정의 기준·방법 통일, 환경법령 및 관련제도 비교·조정, 한반도 자연생태계 공동조사, 비무장지대 생태계보전지역 지정·관리, 임진강·북한강 등 남북 공유하천의 수자원 관리·이용, 환경네트워크 형성, 자원순환적·환경친화적 경협 등 향후 사업을 준비한다.
제2단계는 남북환경공동체의 심화단계로, 남북간에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협력이 본격화되고,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사업이 추진되는 단계이다. 남북한이 ‘한반도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고, 이를 중심으로 민간 및 당국 차원의 직접적이고 전면적인 교류·협력을 진행한다. 즉 제1단계에서 남·북측 위원회를 중심으로 준비했던 제반 협력사업을 시행해나간다.
한편 남북한 정부는 남북환경협력과 남북환경공동체 형성을 위한 전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주력한다. 먼저 ‘남북환경장관회의’(가칭)를 추진하여 인위적으로 분단된 한반도 환경을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기본정신을 천명하는 ‘한반도환경공동체선언’(가칭)을 채택한다. 나아가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남북환경협력에 관한 협정’(가칭, 이하 ‘남북환경협정’)을 체결하며, 이러한 과정을 ‘한반도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유기적인 협력하에 진행한다.
그리고 ‘남북환경협정’을 바탕으로 남북한은 한반도내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의 환경문제-중국의 대기오염물질 이동, 동·황해 방사성폐기물 투기 등-에 대한 공동대응, 기후변화협약·생물다양성협약·환경라운드 등 국제적·지구적 환경논의에 관해 협력하고 공동대응을 모색한다.
제3단계는 남북환경공동체의 완성단계로서, 일체의 남북간 환경개선 노력을 갈무리하는 환경통합을 추진한다. 남북의 환경정책 및 제도를 통합하여 ‘남북한통합환경보전계획’(가칭)을 수립·시행하고, 이를 근거로 단일한 환경법규 아래 동일한 정책과 제도를 운영한다. 또한 국토의 환경적 이용을 강조한 ‘남북한통합국토건설계획’(가칭)을 수립·시행한다. 이와 병행하여 공동으로 지역환경 보전계획과 수계별·권역별 보전대책, 남북한 생활오염방지 등을 모색한다. 이 단계는 양자적·다자적 차원에서 직간접적인 환경교류·협력이 활성화될 것을 전제할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평화공존의 심화과정에서 남북연합이 이루어질 경우 상정될 수 있다.
이같이 단계적으로 남북환경공동체의 형성을 추진하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초기단계부터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기본적인 국토이용 및 환경보전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이용에서는 시작이 잘못되면 시정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며, 설령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기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소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를 대상으로 하는 장기적인 국토환경보존 구상안과 국토개발 구상안을 세워 종합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4. 남북환경공동체를 위해 어떤 사업을 벌일 것인가
남북환경공동체 형성의 기반사업
남북환경공동체 형성을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기반사업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남북환경용어통일사전 편찬사업이다. 남북은 환경용어상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동식물 이름뿐 아니라, 환경관련 기본개념, 학술용어 등도 많이 다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환경용어통일사전의 편찬은 남북한 환경교류·협력시에 발생할 수 있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대폭 줄이고, 교류·협력의 내용과 질은 높이면서 남북환경공동체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통일 이후의 언어통합에 대비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의 일환으로 혹은 학술·전문용어 통합사업과 병행하여 추진할 수 있다. 이같은 목적을 가진 남북환경용어통일사전은 단순히 남북환경협력의 활성화란 차원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남북간 이질성의 극복과 통합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 사전은 남북 및 해외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통일용어사전이 되도록 하며, 일회적이거나 한시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수정·증보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둘째, 환경측정단위와 방법의 통일사업이다. 남북한은 현재 상이한 측정단위·방법을 사용하고 있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의 환경정보 및 그 해석의 정확성을 신뢰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서로 다른 용어 및 측정단위·방법으로 발표되고 있는 남북의 관련정보는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여 각자의 그리고 공통의 환경문제를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이들의 통일은 남북의 계량적 관리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셋째, 남북환경네트워크 형성사업이다. 이것의 목적은 공동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한반도에서 자연과 인간의 연대를 회복하여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환경공동체의 건설을 촉진하는 데 있다. 그 과정에서 환경측정단위, 환경용어 등의 표준화와 통일을 도모함으로써 환경분야 교류·협력 활성화의 기틀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 남북환경통합에 대비할 수 있다. 그 중점사업으로는 지방환경네트워크, 환경정보네트워크, 산성비측정네트워크, 생물다양성조사네트워크 등이 있다.
남북환경공동체와 남북경제공동체
남북환경공동체는 남북경제공동체와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무엇보다 남북간 경제교류·협력이 환경친화적으로 전개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 점을 고려해서 추진되어야 할 경협사업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반도 청정개발체제이다. 한국의 이산화탄소 연간배출량은 세계 10위권에 이르러 온실가스 감축에 조속히 동참하라는 선진국들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기술과 재정적 지원을 보장받는 개도국의 자격으로 참여하겠다는 소극적 자세를 지양하고, 국내 실정에 부합하는 의무감축량을 자발적으로 결정함과 동시에 실질적인 해결방안의 하나로 한반도 청정개발체제(Korea Clean Development Mechanism, KCDM)를 추진해야 한다. 즉 향후 한국이 쿄오또의정서상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부속서 I 국가가 되고 북한이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개도국에 속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대기분야에서 KCDM을 중·장기적인 남북환경협력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KCDM 형성을 위해 에너지효율성 제고, 에너지공급 증대, 해외조림 등의 남북환경협력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둘째, 자원순환형 남북농촌공동체 형성이다. 현재 한국에는 축분, 음식물쓰레기, 산성슬러지 같은 유기물질이 너무 많아서 수질 및 토양오염이 심각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북한에서는 그런 유기물질이 너무 적어 토지가 사막화되면서 농업이 위기상황에 빠졌다. 남북이 처한 농업상의 곤란은 이처럼 상이한 이유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환경적 측면에서는 상호보완이 가능하다. 남한내 축산농가에서 배출되는 축분 같은 다량의 유기성 폐자원을 유기비료화하여 북한에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남북간에 자원순환형 농촌공동체를 형성하여 북한의 식량증산과 한반도 환경개선에 적극 이바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셋째, 북한의 환경인프라 개선 및 북한에 대한 재활용품 지원이다. 현재 북한은 경제난으로 상하수도, 폐수처리장 등이 절대적으로 미비하다. 따라서 북한의 주요 도시와 경협공단에 환경시설을 지원하여 북한주민들이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 한편 북한은 재활용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자원난 때문에 기본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폐생필품 자체가 부족하다. 자원순환형 남북환경공동체 형성의 시범사업으로 한국에 적체된 각종 재활용가능 생필품을 북한에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한다.
넷째, 북한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간접적 경협사업이다. 북한의 환경개선을 위한 전제조건은 개혁과 개방으로 요약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개방정책은 현재 여러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또한 적극적인 개혁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북한의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되거나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환경문제에서도 확실한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환경공동체의 추진은 이러한 북한의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즉 현재 북한은 환경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여유도 경제적·기술적 여력도 없다는 점, 경제개선전략이 환경개선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점, 북한체제의 전반적인 개혁과 개방이 현재로서는 무망하나 북한이 제한적인 개혁·개방정책은 추진하고 있다는 점 등을 바탕으로 우리의 정책방향이 설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경제와 환경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분야를 택하고 이를 중심으로 남북협력을 양자적·다자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일 것이다. 특히 북한이 당면한 극심한 식량난과 에너지난에 관심을 집중한다면 북한의 반응과 협력의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필요한 기술·훈련·자원을 북한에 제공하여 심각한 경제침체를 완화하면서 환경손상도 부분적으로 복원해나갈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이 자체적인 해결방법을 습득하고, 장기적으로 체제 개혁과 개방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한다.
사실 환경문제에 대한 총체적 접근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어려운 현실에서는 각 사회가 처한 상황에 맞춰 관심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직·간접적으로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 하겠다.
5. 맺는말
현재 남북관계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그 어느 때보다 큰 시련을 겪고 있다. 대북포용정책으로 상징되는 그간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국내외적으로 높아졌고, 평화번영을 지향하는 우리의 일관된 의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남북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불투명하다. 6자회담이 재개되었지만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남북한 주민 모두의 염원이 한반도에서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는 것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바탕이 우리의 자연환경이며 그것이 정치·이념적으로 분리 불가능한 하나임을 인식한다면, 한반도의 환경을 총체적으로 보호·개선·유지하기 위한 남북환경공동체의 형성, 그리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환경교류·협력은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복잡한 국제정세를 고려할 때 북한 핵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남북간의 협력이 쌍방의 이해에 부합한다면, 특히 경제난에 빠진 북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면 언제라도 협상테이블은 열릴 수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도 남북 교류·협력의 추진방안에 관한 구상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야 할 국가적 과제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남북환경공동체 형성을 위한 교류·협력은 남북 쌍방에 이익이 되고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며 남북이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한반도 환경문제의 해결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이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적대적 상황에서 남북이 대규모의 군사력을 운영하는 한, 그로 인해 비롯되는 심대한 환경파괴와 환경자원의 소모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남북환경공동체의 형성, 남북경제공동체의 형성이 남북평화공동체의 형성과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한반도에서 인간다운 삶의 실현을 소망하는 모든 이들이 깊이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