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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두안 金斗安
1965년 전남 신안 출생.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ghvbty@hanmail.net
계단 하나
할머니 한분
육교 계단을 앉아서 내려온다
한손에 지팡이를
다른 한손엔 가방을 움켜쥐고
계단 모서리를 밀며 당기며
엉덩이를 끌고 내려온다
가을 햇살도
난간 쇠파이프 그림자도
구불구불 주름이 잡힌 계단을
할머니 한분
온몸
접었다 펴며 조용히 내려온다
한계단 내려설 때마다
무릎을 꺾고
허리도 접어
간신히 육교를 밀어내듯
계단을 계단처럼 내려온다
번개가 만들어준 그림자를 보았다
비 오는 밤
번개 치는 들길에 서 있다
어둠이 찢어지고 있다
빛에 어둠이 지워지고 있다
눈을 감는다
내 안이 환해진다
얼마 만인가
심장 가득 떠 있는 연둣빛 먼지 속에
고요한 내가 있다
딱딱했던 몸이 떨어져나간다
이마에 빗소리
척추를 타고 땅속으로 스며들어간다
빗방울이
사선으로 몸을 뚫고 지나간다
떨리는 살의 파장들
다시 숨결 되어 되돌아오고 있다
빗속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콩잎에 떨어지는 푸른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번개는 끝내 나를 비켜 가고 있다
번쩍, 눈을 떴다
번개 그림자가 내 발목을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