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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평

 

마이클 로이젠 외 『내몸 사용설명서』, 김영사 2007

건강을 꿈꾸는 이들의 신체 매뉴얼

 

 

서홍관 徐洪官

국립암센터 의사, 시인 hongwan@ncc.re.kr

 

 

내몸설명서의사로서 당혹스러운 일은 대개의 사람들이 건강에 대해서 너무나 많은 이론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번은 중학교 동창회에 갔는데 화제가 건강에 이르자 암의 원인에서부터 예방과 치료법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암의 원인 가운데는 스트레스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에서부터, 간암의 원인은 술이라 하고, 담배 피울 때는 물을 많이 마시고 비타민을 먹으면 해독이 된다느니 온갖 이야기가 쏟아져나오는데 맞는 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정답부터 말하면 암의 원인으로는 흡연이 가장 중요하고 음식이 그다음 정도 된다. 간암 원인의 80%는 B형과 C형 간염 바이러스이고, 담배가 약 15%, 술은 5%에 불과하다. 또한 흡연시 물을 많이 마시거나 비타민을 보충한다고 해서 담배의 독성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내가 옆에 있다고 간간이 “여기 서박사도 있지만……” 해가면서 말하는데도 그 정도니 나 없을 때는 얼마나 자신만만하게 잘못된 정보를 이야기할지 걱정이 되었다.

나도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의학칼럼을 여기저기 써보기도 했지만, 그런 글을 읽는 사람은 많지 않고 떠도는 소문이나 선정적이고 무책임한 방송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모양이다. 텔레비전을 보면 각 지역 특산품들은 어떻게 해서 하나같이 암과 고혈압과 당뇨와 동맥경화에 다 좋을 수 있다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번에‘건강나이’개념의 창시자인 마이클 로이젠(Michael F. Roizen)과 메멧 오즈(Mehmet C. Oz)가 쓴 『내몸 사용설명서』(You: The Owners Manual)가 번역 출간되었다.‘건강나이’란 개인의 연령(달력나이)과 실제 건강상태가 사람마다 크게 차이나는 점에 착안하여 건강을 기준으로 나이를 다시 환산한 것이다. 예컨대 고혈압을 10년간 방치한 사람이 25년째 흡연을 해서 실제 나이는 45세라 하더라도 혈관의 노화와 폐기능은 60세 또래 수준이라면, 그 사람의 건강나이는 60세라고 보는 것이다. 등산할 때 이삼십대 젊은이들은 오르막길에서 헉헉대는데 육칠십대 노인들은 씩씩하게 올라가는 장면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출근을 하고, 전화를 걸고, 물건을 나르고, 업무를 보고, 술을 마시고,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우리 몸에 대해서 모르면서도 이런 일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 몸을 잘 이해하고‘사용법’을 잘 안다면 더 오래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집에 살면서 집에 대해 아무런 관심 없이 지낸다면 가스밸브가 새어 큰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고, 수도관이 낡아 저도 모르게 중금속과 불순물을 마시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도시설에 문제는 없는지, 화장실 배수구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물탱크는 청결한지 점검하면서 산다면 큰 위험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높지는 않은지, 평소에 지나치게 짜게 먹고 있지는 않은지, 혹시 대장에 용종(茸腫)이 자라고 있다가 나중에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을지 이러한 문제들을 잘 알고 미리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당신의 건강은 더욱 좋아질 것임에 틀림없다.

이 책은 우리 몸이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작동되는지, 그리고 우리 몸의 노화과정과 그 예방법을 의학적 근거를 들어 설명해준다. 특히 『내몸 개혁 6개월 프로젝트』의 저자이기도 한 번역자 유태우(柳泰宇) 교수는 미국인의 질병양상과 생활습관에 맞추어 씌어진 내용을 우리 실정에 맞게 편역하고 일부는 새로 쓰다시피 했다니 독자를 위해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또한 이 책은 아주 재미있게 읽힌다. 군데군데‘○○에 대한 오해’‘토막상식’‘사실인가 거짓인가’등의 꼭지를 통해 흥미롭고 유익한 정보를 전달해준다. 여러분은 뇌가 클수록 머리가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저자들은 뇌와 음경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크기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한다.(81면) 또 타박상을 입었을 때 얼음찜질을 해야 할까 아니면 따뜻한 찜질을 해야 할까? 처음 48시간은 얼음찜질이, 그후에는 따뜻한 찜질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답이다.(116면) 허리가 아플 경우 허리보호대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허리보호대는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간 착용할 경우 근육의 위축을 가져와 건강을 해치게 된다.(123면) 비흡연자들은 흡연자와 한시간 같이 있으면 간접흡연으로 얼마나 해로울지 궁금할 것이다. 저자들은 4개비의 담배를 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하루 4시간씩 흡연자와 평생 함께 산다면 6.9세 빨리 늙는다고 한다.(171면)

이 책은 단순히 신체만이 아니라 우울증과 뇌기능은 물론이고 성생활까지도 균형있게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는 건강을 위한 열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혈압 조절, 금연,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조절, 적절한 영양섭취, 이렇게 다섯가지만 제대로 지켜도 생명연장의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저자들은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느냐 하는 것은 70% 이상 당사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특히 50세가 되면 생활습관이 어떻게 늙어가는가의 80%를 결정하고 유전이나 체질은 겨우 20% 정도밖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만약 건강에 관한 책 한권을 읽기로 한다면 이 책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의료계가 하루가 바쁘게 달라지기 때문에 최신 정보까지 담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다. 금연만 해도 지금까지 시판된 어떤 금연보조제보다도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바레니클린이 나와 있는데 이런 내용이 빠져 있어 아쉽기도 하다.(172면)

집이 오래되면 기둥이 흔들리고 지붕이 새고 벽이 바스러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노화와 죽음은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 몸의 작동원리와 사용법을 잘 알고 그것에 따른다면 불필요한 노화를 늦추고 건강을 유지하여 행복하게 사는 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독자는 이 책이 마치 가전제품 설명서처럼 인간의 신체를 너무 기계처럼 다룬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며 이 책에서 인생의 행복이나 사랑에 대한 해답까지 구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행복한 인생을 위한 필수적인 건강지침서로 삼는다면 기대에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