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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천양희 千良姬
1942년 부산 출생. 1965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하루치의 희망』『마음의 수수밭』『오래된 골목』『너무 많은 입』등이 있음.
새는 너를 눈뜨게 하고
이른 새벽
도도새가 울고 바람은 나무 쪽으로 휘어진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나 보다
가지가 떨리고 둥지가 찢어진다
숲에서는 나뭇잎마다 새의 세계가 있다
세계는 언제나 파괴 뒤에 오는 것
너도 알 것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남은 자의 고통은 자란다고 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렴
일과 일에 걸림이 없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는 것이라고
저 나무들도 잎잎이 나부낀다
삶이 암중모색이다
가지가 찢어지게 달이 밝아도 세계는 그림자를 묻어버린다
일어서렴
멀리 보는 자는 스스로를 희생시켜 미래를 키우는 법이다
새의 칼깃 뒤에도 나는 자의 피가 묻어 있다
그러니 너는 네 하루를 다시 써라
쓰는 자의 눈으로 안 보이는 것은 없을 것이니
극복 못할 일이 어디에 있을라고
극복에도 바람은 있다
뛰어넘으려는 것이 너의 아픈 극복일 것이다
어처구니가 산다
나 먹자고 쌀을 씻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 걸 알겠습니다
꽃 다 지니까
세상의 三苦가
그야말로 시들시들합니다
나 살자고 못할 짓 했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 걸 알겠습니다
잘못 다 뉘우치니까
세상의 三毒이
그야말로 욱신욱신합니다
나 이렇게 살아도 되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 걸 알겠습니다
욕심 다 버리니까
세상의 三蟲이
그야말로 우글우글합니다
오늘밤
전갈자리별 하늘에
여름이 왔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