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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정진규 鄭鎭圭
1939년 경기 안성 출생.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마른 수수깡의 平和』『몸詩』『알詩』『도둑이 다녀가셨다』『껍질』등이 있음. lulu71@kornet.net
공기는 내 사랑
감자 껍질을 벗겨봐 특히 자주감자 껍질을 벗겨봐 감자의 살이 금방 보랏빛으로 멍드는 걸 보신 적 있지 속살에 공기가 닿으면 무슨 화학변화가 아니라 공기의 속살이 보랏빛이라는 걸 금방 알게 되실 거야 감자가 온몸으로 가르쳐주지 공기는 늘 온몸이 멍들어 있다는 걸 알게 되지 제일 되게 타박상을 받는 타박상의 一等, 공기의 젖가슴이 가장 심해 그 타박의 소리를 어느 한밤 화성 근처 보통리 저수지에서 들은 적 있어 밤 이슥토록 떼로 내려 앉았다가 무엇의 습격을 받았는지 일시에 하늘로 치솟아 오르던, 세상을 들어올리던 청둥오리떼의 공기, 일만평으로 멍드는 소리를 들은 적 있어 폭탄 터졌어 그밤 그 순간 내 사랑도 일만평으로 멍들었어 그 소리의 힘으로 나 여기까지 왔지 알고 보면 파탄이 힘이야 멍을 힘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어 나를 감자 껍질로 한번 벗겨봐 힘에 부치시걸랑 나의 멍을 덜어가셔 보탬이 될 거야 이젠 겁나지 않아 끝내 너를 살해할 수 없도록 나를 접은 공기, 공기는 내 사랑!
준비
나는 왜 매일 아침 샤워를 하고 뜨는 해도 그렇게 맨몸으로 온다고 맨몸으로 믿는가 속옷을 갈아입고 향수마저 뿌리는가 내 슬픈 살이 마지막 수습될 경우 잘 보이려고 그런다 깨끗하지 못했던 만큼 깨끗하고 싶어서다 오늘 내가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른다 잘 수습되고 싶다 오늘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속내가 따로 하나 있기는 하지 殮襲은 평생 두고 스스로 혼자서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