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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조기조 趙起兆
1963년 충남 서천 출생. 1994년『실천문학』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낡은 기계』『기름美人』등이 있음. kijojo@hanmail.net
풀의 기술
어머니가 일흔다섯을 기념하여
목뼈에 나사못을 박고 무릎을 인공관절로 바꾸고
안식에 들어갔다 기나긴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어머니가 다스린 땅은 매년 수만평이 넘었지만
어머니의 소유는 집터 포함 삼백평이었다
이제 어머니의 안식과 함께
그 땅도 휴식중이다
휴식중의 땅은 곡식 대신 풀을 기른다
어머니는 안식으로 풀을 기른다
풀을 기르며 풀에 대하여
이런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풀처럼 살아라
내가 이기지 못한 것은 저 풀밖에 없다.
통닭과 생맥주
퇴근시간 사무실 아래층 유진바베큐에 들러
통닭과 생맥주를 시켜놓고
통닭과 생맥주의 궁합에 대해 생각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살아나는 생맥주 맛
원샷으로 들이켰다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닭살 같은 소름을 쓰다듬다 문득
지난봄 감기에 걸린 닭들이 생각났다
대한민국 전역에서
연일 수십만마리씩
살처분당하는 닭들
삐약 소리 한번 못하는 아픈 죽음을
저 멀쩡한 생죽음을
나 또한 눈알까지 아픈 감기몸살을 앓으며
소름끼치게 붉은 눈으로 본다
통닭을 뜯으면서 생맥주를 한잔 더 들이켰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생맥주 맛이 살아나고
닭감기도 잦아들 것을 생각했다
내가 감기를 이겨내듯이
닭들도 감기를 이겨낼 것을 생각했다
생맥주와 궁합이 좋은 맛있는 닭들로
더욱 진화하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