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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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孫宅洙

1970년 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호랑이 발자국』『목련 전차』등이 있음. ststo700@hanmail.net

 

 

 

나무의 수사학 3

 

 

식육점 간판을 가리다

잘려나간 나뭇가지 끝에

물방울이 맺혀 있다

흘러갈 곳을 잃어버린 수액이

전기 톱날자국 끝에 맺혀 떨고 있는 한때

나무에게 남아 있는 고통이 있다면 이제는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수로를 잃은 물방울이 떨어질 때의 그

아찔하던 순간도 잠시

빈 소매를 펄럭이듯,

팔 없는 소맷자락 주머니에 넣고 불쑥

한 손을 내밀듯

초록에 묻혀 있는 나무

환지통을 앓는 건 어쩌면

나무가 아니라 새다

허공 속에 아직도

실핏줄이 흐르고 있다는 듯

내려앉지 못하고 날갯짓

날갯짓만 하다 돌아가는,

 

 

 

꽃단추

 

 

내가 반하는 것들은 대개 단추가 많다

꼭꼭 채운 단추는 풀어보고 싶어지고

과하게 풀어진 단추는 다시

얌전하게 채워주고 싶어진다

참을성이 부족해서

난폭하게 질주하는 지퍼는 질색

감질이 나면 좀 어떤가

단추를 풀고 채우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안다는 건

낮과 밤 사이에,

해와 달을

금단추 은단추처럼 달아줄 줄 안다는 것

 

무덤가에 찬바람 든다고, 꽃이 핀다

용케 제 구멍 위로 쑤욱 고개를 내민 민들레

지상과 지하, 틈이 벌어지지 않게

흔들리는 실뿌리 야무지게 채워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