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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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 靑和

1944년 전북 남원 출생. 197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조로 등단. 시집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가 있음.

 

 

 

낡은 지팡이

 

 

누군가 문 활짝 열어놓고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하더니

고물상의 집 큰 잔치하고

어험 하고 나온 낡은 지팡이.

 

무슨 곰팡이 냄새가 나지 않더냐

그 지팡이가 가는 곳은

오늘이 까마득한 옛날이 되고

그 지팡이가 닿은 물건들은

무어나 금방 고물이 되는데.

 

온 힘을 다해

들녘의 풀밭으로 뻗어가려다

겨우 울타리 하나를 넘다 말고

된서리를 맞은 호박 넝쿨이여

그러나 누렇게 잘 익은 호박이 있고

호박 속의 무수한 씨가 있어

지구는 돌지 않더냐.

 

지금은 낡은 지팡이로부터

매를 맞는 계절

차돌이 되자

매 맞으며

수박처럼 깨지지 않고

더욱 견고한 차돌이 되면

때리는 지팡이가

어찌 부러지지 않겠느냐.

 

 

 

新聞

 

 

마시지 않는다

이미 신문은

傷한 물이다

 

紙面에는

한낱 마른 모래 소리뿐

내 타는 입의

한사발 샘물은 보이지 않는다.

 

눈을 버리고

귀를 버리고

오직 닳고닳은 주판

그 굵은 알을 튕기는 손가락 때문에

 

썩은 나무 속

깊이 숨은 벌레까지를 찾아내는

송곳 같은 부리의

딱따구리새가 날아가버린 신문.

 

마시고 싶다

먼동이 트는 아침

펜으로 그린 샘에서

퐁퐁퐁 솟아나는 그 井華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