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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원 李源
1968년 경기도 화성 출생. 1992년『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가 있음. oic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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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저기요
58 몸 안에서 몸이 썩고 있어요
57 내 몸에서 파낸 것은 어디 두었나요
56 마지막 숨을 토해내라
55 구멍이 모두 막힌다
54 마지막 숨을 뱉어내라
53 올해의 첫날은 일요일에 시작되었어요
52 올해의 첫날은 늘 추웠어요
51 눈을 감으면 먼 안에서 내가 끓고 있었어요
50 어서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라
49 …………
48 지겨워
47 다 똑같아 똑같은 죽음
46 소등 점등
45 겨우 희미한 문턱
44 뼈
43 살
42 피 쏟아라
41 가죽 벗겨라
40 심장 던져라
39 발
38 오그라든 것
37 손
36 오그라든 것
35 그림자 물컹해
34 살이 타들어가기 전
33 몸에서 몸이 빠져나가기 전
32 여기가 어디냐
31 식은 기름이 둥둥 뜬 육개장
30 7호 작업 중
29 몸 안의 것을 꺼내지 마라
28 고작 울음 따위
27 뜨거워
26 그림자 속, 뜨거워
25 미쳤구나
24 깜깜해
23 몸 밖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요
22 스미지 않고 미끄러져요
21 가죽을 벗겨내라
20 몸속에 걸어온 걸음수가 다 들어 있다
19 몸 밖으로 나갈 수 없어요
18 마지막 숨을 뱉어내라
17 입은 어디 갔나요
16 입술은 어디 갔나요
15 내가 끓고 있어요
14 내가 타고 있어요
13 문이 한뼘
12 딱 한뼘
11 다 타기 전
10 뼈를 골라라
9 너무 늦게 왔구나 밤이여
8 너무 일찍 왔구나 어둠이여
7 다뉴브강의 잔물결 오늘의 끝곡입니다
6 옥수수밭이 다 가렸어요
5 멈추지 말고 흘러라
4 강물이여
3 옥수수밭이 다 가렸어요
2 나는 너의
1 ………
0 - - - - - - - - -
야…………!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헤드라이트 빛 속으로 쭉 미끄러졌다
질긴 빛은 찢어지지 않고 힘줄처럼
타이어에 달라붙었다
밤 12시 적막한 간선도로
1차선 속에 자동차는 멈췄다
시속 120킬로미터로 따라오던 길들이 차례로
경주마의 무릎처럼 꺾였다 켜켜로 쌓이면서 구겨졌다
여전히 자동차의 미래로 뻗어 있는
헤드라이트 빛은 비린내 같기도 했고
짐승의 흐느낌 같기도 했다
고양이는 왕복 4차선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오른쪽 앞발을 바닥에 막 내려놓는 중이었다
오른쪽 뒷발이 살짝 들려 있었다
헤드라이트 빛은
고양이의 몸 너머까지 들이닥쳐 있었다
고양이가 불빛을 향해 돌린 목은
그대로 오그라들어 있었다
눈빛은 어둠속에서 가까스로 붙잡은 1초 같았다
네 발 짐승을 따라오던 길이 비틀리며 뒤엉켰다
자동차와 고양이 사이 어둠은 제 입을 틀어막고
(빛 속에 웅크린 것을 발견한 순간 타이어는 비명의 속도를 어떻게 멈추었을까 작은 몸을 향해 돌진하던 불빛을 어떻게 놓치지 않고 다시 끌어당겼을까 길에 대한 기억만큼 닳고닳은 타이어는 소용돌이를 붙잡는 순간에 이미 쿨컥대는 꿈틀거리는 짓이겨지는 작은 몸을 느꼈을까 그때에는 검은 타이어도 제 아래가 흥건했을까)
자동차와 고양이 사이에서 허공은 오줌보가 터질 것 같고
(브레이크 밟는 소리를 듣는 순간 고양이의 몸 안은 어땠을까 불빛이 몸속으로 달려오는 순간 네 발은 각각 다른 방향을 어떻게 붙잡았을까 고양이는 빛 밖의 어느 방향으로 뛰쳐나가야 할지를 생각했을까 몸을 돌릴 단 한순간이 허락되지 않을 수도 네 발이 오도독 뭉개질 수도 몸 안의 것이 터져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고양이는 알았을까 그래도 야옹 울음소리는 금처럼 몸을 빠져나가게 했을까)
한밤
얇디얇은 테두리
네 발 짐승 둘
최초의
눈빛과 불빛이 닿은 한순간
거기, 세상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