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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정희성 鄭喜成
1945년 창원 출생.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답청』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詩를 찾아서』 『돌아다보면 문득』 등이 있음. poetjhs@hanmail.net
서로 다른 생각을 하다
自去自來堂上燕(자거자래당상연)이요
相親相近水中鷗(상친상근수중구)라*
이 구절을 읽다 문득 감상에 젖어
제비 본 지도 오래 됐지? 했더니
한 학생이 얼른 받아서
강남 가면 많아요 한다
교실이 온통 웃음바다다
나는 웃지도 않고 짐짓
그래, 강남 갔던 제비가
봄이 돼도 돌아올 줄 모르는구나
하고 나니 그만 혼자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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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의 「강촌」에서 인용. ‘절로 가며 오는 것은 집 위의 제비요, 서로 친하며 가까운 것은 물 가운데 갈매기다’라는 뜻.
그 꽃 좀체 필 기색 없으니
안 아픈 데가 없는 내 친구 김형영 시인은 종합병원이다
시신기증 서약도 해놓은 터에 쓸 만한 장기가 있을까 모르겠단다
젊어서는 병명도 낯선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을 앓은 적이 있는데
그가 살아서 병원 문을 걸어나올 수 있을지 걱정한
이종상 화백이 그를 위해 목련 꽃봉오리 하나 그려주면서
봄이 와서 꽃이 벙글 때까지는 살아야 할 게 아니냐고
그 꽃 좀체 필 기색 없으니 그의 명이 길기는 길 터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