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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종문 李鍾文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저녁밥 찾는 소리』 『봄날도 환한 봄날』 『정말 꿈틀, 하지 뭐니』 등이 있음. 10413@hanmail.net
이게 누구야
흥청, 술에 취해 술청을 나오는데
누가 내 어깨를 툭 치면서 말을 했네
여보게, 이게 누구야, 대체 이게 누구야!
그는 손뼉 치고 뜀박질을 하더니만
숫제 날 격렬하게 부둥켜안았지만,
모르는 사람이었네, 어안이 다 벙벙했네
허나 정색을 하고 묻기도 좀 난감하여
술김에 나도 그만 덩달아 소리쳤네
누구야, 이게 누구야, 아니 이게 누구야?
이렇게 만났는데 그냥 헤어질 수 있나
이 사람 우리 예서 한잔만 더 하고 가세
그러세, 쌓인 이야기 다 풀어보세 우리
급기야 남의 삶을 뜬금없이 물으면서
고주망태 다 되도록 술을 들이마셨으니,
그 사람 앞의 이 사람, 대체 이게 누구야?
기념으로 남겨놓고
살생이 하 통쾌해 뜀박질을 하는 그가 꿩 한마리 가져왔다, 총으로 잡은 꿩을, 털도 채 뽑지 않은 채 그 시신을 들고 왔다
꿩, 꿩, 푸드더더 더덕떡떡 날아가다 탕, 탕, 총을 맞고 피 튀기며 절명을 한, 그 털이 하도나 고와 황홀, 미안했다 잠시
하지만 펄, 펄, 끓인 찬물을 확 끼얹어 화닥닥 털을 뽑고 그 시신을 해치웠다. 길고도 고운 털 하나, 기념으로 남겨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