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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제17회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작
정영수 鄭映秀
1983년 서울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 과정 재학. apedoors@gmail.com
레바논의 밤
베이루트의 성벽 앞에 현자라 알려진 노인이 있었다. 어느날 한 남자가 그에게 물었다.
“왜 신은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을까요? 왜 그의 뜻을 전달하지 않는 걸까요?”
그 말을 들은 노인은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벽을 따라 날고 있는 나방이 보이시오? 저것은 벽을 하늘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요. 당신이 만약 저 벽을 하늘로 생각한다면, 저것은 나방이 아니라 새겠지. 그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소. 하지만 나방은 우리가 그것을 안다는 것은 물론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지. 당신은 나방에게 그것을 알려줄 수 있겠소? 나방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당신의 뜻을 전달할 수 있겠느냔 말이오.”
“모르겠습니다. 나방에게 어떻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겠습니까.”
노인은 남자의 말이 끝나자 손바닥으로 나방을 탁 쳐서 죽였다.
“보시오. 이제 나방은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과 나의 의사를 알게 되었소.”1)
*
장이 그 일을 하는 걸 직접 본 것은 아니다. 그가 찾아왔을 때 나는 신착도서를 정리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한동안 논문 준비에 바빠 신경쓰지 못했더니 어느새 책들이 무덤처럼 쌓여 있었다. 들어온 지 너무 오래돼 신착이라고 말하기 무색한 것들도 많았다. 참다 못한 관장이 아침부터 한소리 늘어놓았고, 나는 그가 쏟아붓는 금과옥조 같은(이건 그의 표현이다) 고귀한 잔소리를 주워 삼켜야 했다. 그건 바꿔 말하면 다시 한번 나의 인생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로 장이 들어왔을 때 나는 매우 회의적인 기분이었다. 일년도 넘게 보지 못했던 그를 반갑게 맞아주지 못한 건 그 때문이었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대출 데스크를 등진 채 아무렇게나 쌓인 책들을 정리하고 있던 내게 무심히 인사를 건네고는 서고 안으로 들어갔다.
소리가 들려온 건 그가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나는 손끝이 얼얼해질 정도로 스티커 작업에 매진하고 있던 참이었다. 원래 찾는 이가 많지 않은 작은 도서관인데다가 이른 아침이라 실내는 먼지 내려앉는 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했으므로 나는 그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무언가 딱딱하고 묵직한 게 바닥에 떨어진 듯한 충돌음이었다. 나는 장이 책 같은 걸 떨어트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반사적으로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긴 했지만, 책장이 시야를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곧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런데 문득 그것은 책이 떨어진 소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둔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서고에는 커다랗고 무거운 책들도 있었다. 이를테면 『지도로 보는 타임스 세계 역사』나 『뿌슈낀 전집』 같은 책들 말이다. 어렴풋이 그것들이 그렇게까지 무거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곧 신경을 껐다. 앞에 쌓인 신착도서들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그가 무얼 떨어트렸든 제자리에만 돌려놓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알기로 장은 믿을 만한 친구였다. 그는 자신이 떨어트린 것을 (그게 책이 됐든 뭐가 됐든) 제자리에 돌려놓지 않을 정도로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었다. 한동안 서고 안쪽에서 부스럭대는 소리, 책들을 바닥에 내려놓는 소리, 힘을 쓸 때 자기도 모르게 비어져 나오는 신음소리 같은 것들이 탁하게 들려왔다. 도와주겠다고 말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먼저 부탁하기 전까지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십분쯤 지났을까? 모습을 드러낸 장의 얼굴은 상기된 채였고, 구불거리는 앞머리는 이마에 엉겨붙어 있었다.
“곧 돌아올게.”
그는 그렇게만 말하고 서둘러 문을 나섰다. 나는 장이 저지른 일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그가 있던 100번대 서가로 향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막연하게 장이 비싼 책을 망가뜨리거나 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책장은 잘 정리되어 있었고 평소와 다른 점은 보이지 않았다. 창문 너머 매미가 희미하게 울고 있었을 뿐 실내는 고요했다. 햇살이 창을 뚫고 들어와 책장을 핥고 있었다. 나는 데스크로 돌아가려다 눈에 띄는 책이 있어 별생각 없이 뽑아 들었는데 그러자 책장 안에서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래된 책들이 만들어낸 먼지가 스며들어 공기에서는 텁텁한 맛이 났다. 에어컨은 안쓰러울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돌아가고 있었지만 더위를 식히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땀 한방울이 턱을 따라 흘러내렸다. 착각이 아니었다. 어제는 일요일이었고, 책장 안에는 시체가 있었다.
그때 문자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신호음이 울렸다.
—에어컨 최대로 켜둬
장이었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언젠가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은 사실이다. 공부를 계속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정작 책장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보았을 때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몰랐다. 언제나 그 뒤엔 죽은 것들이 있었으니까. 살아 있는 것들은 바깥에 있고 이 안에는 늘 죽은 것들이 있었다.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었다. 장이 사람을 죽이는 걸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가능성은 낮지만 시체를 가지고 들어왔을 수도 있다) 어쨌든 최소한 사체 은닉죄 혹은 유기죄라고 볼 수 있었다. 장은 분명히 믿을 만한 친구지만 그를 마지막으로 본 건 일년도 더 전이었고 그사이 얄궂은 운명이 그를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다음으로 생각해볼 만한 방법은 장이 돌아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었다. 어쩌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세상에는 내 예상을 벗어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섣부른 행동으로 장이 누명을 쓰게 될 수도 있었다. 어쨌든 그는 돌아온다고 했고 연희와의 일 때문에 조금 멀어지긴 했지만 일단은 내 친구이기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또다른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일단 장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애초에 그걸 보지 못했다고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나는 그런 건 보지 못했다. 나는 시체 같은 건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은 이유는 그냥 날이 더워서이다.
그것은 164.3들236ㄱ부터 169.9지739ㄲ에 걸쳐 있었다. 165아225부(『부정변증법 강의』)를 뽑으면 고부라진 손이 보이고 166.8푸825과(『광기의 역사』)를 뽑으면 핏기 없는 발목이 모습을 드러내는 식이었다. 부릅뜬 눈을 가리고 있던 두꺼운 책은 『침묵과 사물』이었다. 장이 떠나고 나서 내가 무심코 뽑아 든 책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공교롭게도 (혹은 의미심장하게도) 장이 예전에 내게 추천해준 책이었다.
그 책은 요세프 도브로프스키라는 체코의 철학자가 쓴 것이었다. 무명에 가까웠던 그의 저서 중 우리말로 번역된 건 단 한권이었는데 그것이 바로 『침묵과 사물』이었다. 그의 인지도를 고려한다면 한권이라도 국내에 번역된 것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 책은 매우 두꺼울뿐더러 이해하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장의 가방에는 늘 그 책이 들어 있었다. 도브로프스키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도 그 난해함으로 푸꼬에 비견되곤 했는데 장은 자신이 읽은 어느 철학자보다 그가 더 매혹적이라고 했다. 나도 그 책을 읽으려 해보았지만 중간에 집어던지고 말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무엇보다 번역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요세프 도브로프스키는 체코어로 글을 썼는데 장이 가지고 있는 판본은 독일어판을 중역한 영문판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데다 비문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물론 흥미로운 대목도 있었다. 장이 내게 읽어준 부분이었다. 혼자 읽을 때는 그게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장이 내게 그 부분을 읽어준 후에야 그렇다는 걸 알았다. 현자와 나방이 등장하는 일종의 우화였다. 저자는 그 이야기가 레바논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담이라고 주석을 달아두었다. 그것은 우스갯소리 같기도 하고 우주적인 메시지가 담긴 아포리즘 같기도 했다. 뜻을 명확히 이해한 건 아니지만 나는 그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장은 이야기의 의미를 분명히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의미를 이해하고 나면 그 이야기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알게 되리라고 했다. 사실 공부를 계속했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장이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연희와의 일이 아니었다면 그가 학교에 남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처음에는 장이 철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아니면 우연히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100번대 서가에 숨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그런 단순한 이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이상할 정도로 그곳에 가지 않았다. 외진 곳에 있는 도서관이라 원래 방문자가 뜸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로 800번, 400번, 300번대 서가에서 책을 찾았고 100번대 서가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오전이 다 가도록 그 서가에 들어간 사람은 장 하나뿐이었다.
오후가 되자 온다던 장은 안 오고 연희가 왔다. 아직 장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그녀를 본 것도 거의 일년 만이었다. 그녀가 최근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얼마 전에 장과 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이었다. 하루에 둘을 모두 보게 된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그녀는 책을 빌리러 왔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혹시 장을 만나러 온 것 아니냐고 물었다.
“아니. 못 들었어? 우리 헤어졌어.”
나는 그 말을 듣고도 연희가 책장 안에 있는 것에 대해 알고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몇마디 더 나누고 나서는 의심을 거뒀다. 내가 기억하기로 그녀는 거짓말을 잘하는 편이 못 됐다.
그녀가 이 일에 대해 모른다고 했을 때 시체를 보여주는 것은 위험한 행동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그녀에게 그것을 보여준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녀의 반응이 궁금했다. 장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았을 때 연희는 어떤 표정일까? 악의적인 호기심이 분명했지만 나는 그것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예상만큼 놀라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책장 안쪽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두근거리며 지켜본 나는 왠지 모르게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내가 한 거냐고 물었고 나는 화들짝 놀라며 장이 그랬다고 대답했다. 장이 왜? 그녀가 말했다. 나는 이유는 모르겠고 곧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나갔다고 했다.
“장이 돌아올까?”
“네 생각엔 어떨 것 같아?”
“몰라. 예전의 장이라면 아마 그랬겠지. 지금의 장은 나도 몰라.”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장과 연희가 서로를 안 것보다 더 오래 둘을 알았다. 하지만 셋이 어울리기 시작한 후로는 장과 연희가 서로를 아는 것만큼 나는 그 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연희도 장에 대해 모르고 나도 연희에 대해 모르는 걸 보면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셈이었다.
장은 종종 자신은 철학자가 되는 것보다 치과의사가 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는 말을 하곤 했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데는 철학자보다 치과의사가 더 낫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경치료를 받아보면 방법적 회의가 얼마나 개소린지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연희는 그 말을 전해 듣고는 장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장과 매주 하는 세미나에 연희를 초대했다. 말이 세미나지 맥주를 마시고 잡담이나 나누는 게 주된 일이었다. 그런데 연희가 온 날엔 장이 두시간 동안이나 메를로 뽕띠에 대해 떠들어댔다. 나는 메를로 뽕띠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어서 잠자코 있었다. 내가 알기로 연희도 그 철학자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었다. 이틀 후 연희는 내게 다음 세미나는 언제냐고 물어왔다.
연희는 함께 장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나는 대출 데스크 안쪽에 의자를 하나 끌어다주었다. 사람들이 시체를 발견하지 못하게 막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혹시 누군가 그 근처를 기웃거리면 자연스럽게 다가가 어떤 책을 찾느냐고 물으면 그만이었다. 나는 그들이 말한 책을 꺼내주고 조심스럽게 그 자리에 다른 책을 끼워넣었다. 밀려 있는 신착도서를 정리해야 했으므로 망을 보는 일은 연희에게 맡겼다. 그녀는 딴청을 피우고 있다가 사람이 그쪽으로 다가가면 팔꿈치로 신호를 보냈다. 오전보다 마음이 든든했다. 그녀와 공모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연희도 은근히 이 일을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오후에는 관장이 다녀갔다. 신착도서 정리를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그는 여전히 한쪽에 쌓여 있는 책들을 보면서 왜 빨리 처리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어딘가에 가려던 것 같았는데 연희를 보고는 몇마디 더하고 싶었는지 선 채로 한참 동안 설교를 늘어놓았다. 그는 여느 때 하던 소리로 철학 공부를 한다는 놈들은 책만 파고 앉아 있어서 진짜 세상은 볼 줄 모른다고 잔소리를 해댔다. 관장은 전쟁터에 나가면 제일 먼저 죽는 놈들이 먹물만 가득 찬 것들이라고 했다(당연한 얘기지만 그는 전쟁터에 나가본 적이 없다). 총알이 날아와도 멀뚱히 앉아서 딴생각만 할 놈들이라니까. 그러고는 연희에게 비전이 있는 남자를 만나라고 했다. 연희가 예를 들어달라고 하자, 그는 말 그대로 현실을 볼 줄 아는 남자 말이야,라고 말했다. 뜬구름만 잡다가는 처자식 굶겨 죽이기 딱 좋지. 그러고는 연희와 나를 짐짓 의심스럽다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일이 있어 먼저 퇴근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평일이어서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100번대 서가와 가까운 책상에 앉아 한참 동안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신경쓰여서 열람실 안에서는 게임 금지라고 핑계를 대 쫓아낸 것을 빼면 별다른 일은 없었다.
연희가 도와준 덕분에 폐관시간 전에 신착도서 정리를 끝낼 수 있었다. 서가에 남은 사람이 없어 그녀는 새로 들어온 책을 무심히 뒤적거리고 있었다. 장에게서는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전화를 걸어보니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이 나왔다. 어쩌면 장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가 오지 않는다면? 모레도, 글피도, 그다음 날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아무리 에어컨을 세게 틀어둔다고 해도 곧 냄새가 나기 시작할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그를 신고하고 싶지는 않았다. 더욱이 연희도 이 일을 알게 된 상황에서 내 손으로 굳이 장에게 피해가 가게 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나는 어서 장이 나타나기만을 바랐다.
폐관시간이 다 되어서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나는 마침 등록을 끝낸 신착도서들을 책장에 꽂아넣은 참이었다. 누군가 문을 들어서는 것을 보고 혹시 장일까 기대해보았지만 아니었다. 키가 작고 통통해서 귀여운 인상을 주는 남자였는데 그는 들어서자마자 다급한 모양새로 100번대 서가로 직행했다. 그러고는 위아래로 훑어가며 책을 찾았다. 눈이 좋지 않은지 책들에 얼굴을 바짝 갖다 대고 이리저리 살폈다. 다행히 아직 냄새가 나진 않는 듯했지만 그가 책장 가까이 얼굴을 붙이고 있었기 때문에 불안해졌다.
나는 초조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며 그에게 찾는 책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내 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자신이 찾겠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폐관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며, 내가 찾으면 더 빠를 것 같다고 다시 한번 찾는 책을 물었다. 그는 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고 그럼 나는 저자 이름이라도 알려달라고 했는데 그것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기억을 떠올리려 애쓰는 얼굴로 그리 유명한 사람은 아니고 체코인가 어딘가 동유럽의 철학자라고 말했다. 나는 그가 찾는 책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곧 책이 가리고 있는 것을 떠올렸다.
“아, 생각났어요. 『침묵의 사전』?” 그가 말했다.
『침묵과 사물』이겠지. 나는 반대편 책장에서 그것과 비슷한 두께의 책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그가 찾는 책을 꺼내 그에게 건네며 다른 책을 빈틈에 슬쩍 끼워 넣으려는데,
“어?”
그가 뭔가를 발견했다.
“이게 뭐지?”
그는 책을 받아 들며 틈 사이를 들여다보았다. 나는 들고 있던 책을 재빨리 끼워 넣었다. 그는 그 안에 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을 하며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무거운 책으로(이를테면 『지도로 보는 타임스 세계 역사』 같은) 남자를 내리치는 장면이 떠올랐다.
“비둘기나 뭐 그런 거 같은데요?”
“설마요.”
“아니, 분명히 뭔가 있었어요. 여기 어떻게 들어갔지?”
문득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느껴지며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그는 내가 끼워 넣은 책 쪽으로 손을 뻗으려 했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침착하고 정중하게 그를 제지했다. 그리고 폐관시간이 다 되었으니 뭔가 있으면 나중에 확인하고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남자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남자는 확실히 뭔가 있었다며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윽고 대출 데스크로 걸음을 옮겼다.
“뭔가 죽은 거였는데.”
나는 그가 떠난 후 책을 꺼내서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분명 죽은 게 맞았다.
“묻자.”
연희가 말했다.
“응?”
“저 사람 그거 봤지? 죽여야겠어.”
“미쳤어? 어떻게 사람을 죽여.”
정색하는 내 얼굴을 보고 연희는 비죽 웃었다.
“당연히 농담이지. 내 말은, 저거 말이야.”
그녀는 턱으로 100번대 서가를 가리켰다. 누가 언제 또 저걸 발견할지 모르니 어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일단 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다. 그녀는 이대로는 오래 못 버틴다며 장이 감옥에 가기를 바라느냐고 물었다. 나는 가야 하면 가야지,라고 대답했는데 그녀는 아침부터 시체가 여기 있었으면 나도 공범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사체 유기가 더 클걸?”
“나 혼자라도 할 거야. 도와주든지 말든지. 어차피 오빠는 안한다고 할 것 같았어.”
연희는 여전했다. 그녀는 늘 곤란한 순간에 고집을 피우곤 했다. 나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나 확실한 건 연희가 아직 장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예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여자에게 못난 남자로 보일까봐 시체를 묻으러 가는 남자. 그런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그게 바로 나다.
계획은 간단했다. 일단 퇴근한 뒤 한밤중에 몰래 들어와 시체를 빼내는 것이었다. 나는 도서관을 나서기 전 보안 카드키를 챙겼다. 장에게서는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우리는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술을 마시면 시간이 좀더 빨리 갈 것 같았다. 나는 장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조금 멀리까지 나왔다. 꽤 오래 걸어 술집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 연희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 일이 있던 날과 같은 상황이었다. 그때도 둘이서 술을 마시며 장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을 축하해주기로 한 자리였다. 그는 대학생 우수논문 선발대회에서 요세프 도브로프스키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상을 받았다. 장은 시상식 뒤풀이가 끝나면 곧바로 온다고 했고, 연희와 나는 먼저 만나서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녀가 장과 사귀게 된 후로 단둘이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한동안 말없이 맥주잔을 비우다가 나는 우리가 예전과 달리 어색한 사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조금 서글퍼졌다. 서로 오래된 이야기들을 길어올리느라 애썼지만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맥주를 다섯잔씩 비울 때까지 장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나는 그가 어서 왔으면 하는 마음과 오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 사이에서 헤매고 있었다. 둘의 술잔이 동시에 비었을 때 연희가 자리를 옮길 것을 제안했다. 나가서 걸으면 조금이라도 분위기가 나아질 것 같아 그러자고 했다.
평일이었지만 성탄절을 앞두고 있어 거리는 분주했다. 우리는 이따금씩 떨어지는 눈송이를 맞아가며 한참 동안 걸었다. 거리가 끝날 때까지 우리는 쉬지 않고 걸었다. 장의 집으로 가자는 말을 꺼낸 건 연희였다. 장이 늦게 올 것 같으니 거기서 편하게 기다리다가 밤새 축하 파티를 벌이자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가 장의 집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신경쓰였지만 날이 춥기도 했고,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서 그러자고 했다.
그런데 집에 들어가니 더 어색해졌고 우리는 더 퍼마셨다. 그러다 곧 취해버려서 그날 일이 또렷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녀에게 내가 널 좋아하는 줄 알았느냐고 여러번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난다. 장은 언제 오느냐고 미친 사람처럼 묻기도 했다. 그가 오기를 바라면서 했던 질문 같지는 않다. 우리는 장과 함께 마시려고 사온 술이 바닥날 때까지 마셨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장이 사다놓은 맥주가 나와 또 마셨다. 우리는 술집에 있을 때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중년 커플의 외모에 대해 우스갯소리를 했고, 우리가 처음 만난 날에 대해 이야기했고, 어린 시절 교회에서 보낸 성탄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왜 철학과에 들어왔는지 얘기를 나눴고, 이 집에는 또 어쩌다 들어오게 되었는지 이야기했고, 장에게서는 여전히 연락이 없었고, 할 이야기가 떨어져 텔레비전을 켰고, 둘이 잠시 멍하니 텔레비전을 봤고, 그녀가 텔레비전을 껐고, 우리는 섹스를 했다.
다음날 우리가 알몸으로 깨어나 우물쭈물 집에서 나와 같이 해장국을 한그릇 먹고 헤어질 때까지도 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장을 멀리한 것은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터였다. 연희와는 이후로 몇번 만난 적이 있긴 했지만 그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었다. 그날 일을 떠올리고 나니 왠지 장이 오늘도 오지 않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연희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녀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로 맥주잔을 만지작거렸다. 나는 혹시 그녀가 시체를 묻기로 한 걸 후회하진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넌지시 물어보니 그녀는 자기 생각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했다. 나는 그녀가 여전히 장을 좋아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둘이 왜 헤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조금 어색한 기분이 들어서 할 말을 찾고 있던 차에 마침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라?”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드는 바람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그녀는 자기들이 왜 헤어졌는지 정말 모르느냐고 물었다.
“설마 나 때문이야?”
연희는 입을 열지 않았다. 내가 정말 그러냐고 몇차례 묻고서야 그녀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우리가 왜 오빠 때문에 헤어져?”
나는 혹시 그때 일을 장이 알았느냐고 물어봤고 그녀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굴었다. 내가 ‘그때 그 일’ 말이야, 하고 강조해서 말하자 그녀는 헛웃음을 지었다.
“오빤 여전하구나.”
“내가 뭐?”
그녀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맥주를 들이켜며 장이 그런 짓을 저지른 이유가 혹시 연희와 헤어진 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시체를 끌고 나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연희는 술집에서 나온 이후로 말수가 줄었다. 장에게서는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나는 그녀를 어두컴컴한 서가 한쪽에 세워두고 삽을 구하러 갔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시체가 있었는데도 그녀는 별로 무서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하긴 옛날부터 연희는 겁이 없는 편이었다.
다행히 창고에서 쓸 만한 삽을 구할 수 있었다. 녹이 좀 슬긴 했지만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삽을 도서관 입구의 화단에 숨겨두고 시체를 꺼내기 위해 서가로 향했다. 혼자 꺼내보려고 했지만 시체가 빳빳하게 굳어 있어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연희가 머리 쪽을 잡고 내가 반대쪽을 잡았다. 예상보다 무거웠는지 책장 밖으로 그것을 끌어냈을 때 그녀는 한쪽 손을 놓쳤고 상체가 쿵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아침에 들었던 것과 같은 소리였다. 시작부터 등에서 땀이 났다. 사람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무거웠나 싶었다. 장이 돌아왔더라도 아마 내 도움 없이 이 일을 할 수는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일 이후로 장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가 나와 연희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았을까? 연희의 태도로 볼 때 둘이 헤어진 것에 그때의 일이 어떻게든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옮겨야 하는 거리는 멀지 않았다. 도서관 바로 뒤편에 야트막한 산이 있었고, 인적도 드물었다. 우리는 산길에서 벗어난 뒤 십분 정도 더 들어간 곳에 묻기로 했다. 연희와 내가 양쪽에서 팔을 받들어 만취한 사람을 부축하듯이 시체를 끌고 갔다. 키가 맞지 않아 자꾸 연희 쪽으로 기우는 바람에 내가 무릎을 굽혀 걸어야 했다. 가는 길에 아무도 만나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꽤 힘이 들었다. 머리카락이 자꾸만 이마에 들러붙었다. 여름밤의 습한 공기 때문에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짧은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연희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묵묵히 제 할 일을 했다.
시체를 묻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고 땅을 한참 파내려갈 때까지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뱉는 거친 숨소리만 귀가 울리도록 크게 들려왔다. 장에게서는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땀이 온몸을 적셨다. 목구멍에서는 피맛이 났다. 그녀는 나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밤의 짙은 그림자에 가려 그녀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뱉어내는 침묵이 습한 공기보다 더 무겁게 나를 내리누르고 있었다. 내가 입을 연 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땅을 보며 삽질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가 내 쪽에 시선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나 때문인 거 아냐?”
“이 상황에서 꼭 그 이야기를 해야겠어?”
연희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느껴졌다. 도서관에서의 그녀가 아니었다. 하지만 말이 나온 김에 나는 사실을 알고 싶었다.
“그럼 그 일은? 그 일은 장이 알아?”
연희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해?”
“응. 나한테는 중요해.”
“정말 알고 싶어?”
“너 너무 뜸 들인다.”
“알아. 장도 안다구.”
“언제부터?”
“그런데 그것 때문에 헤어진 건 아니야.”
“그럼 왜?”
연희는 다시 말이 없었다.
이쯤 파면 될 것 같았다. 나는 삽질을 멈추고 구덩이 밖으로 나와 발로 밀어서 시체를 구덩이에 빠뜨렸다. 그것은 푹 고꾸라져 얼굴을 바닥에 처박은 모양이 되었다. 나는 잠시 그것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다가 퍼올렸던 흙을 다시 구덩이에 퍼넣기 시작했다.
“그런데 넌 그때 왜 그랬던 거야? 술 때문에?”
“오빠.”
연희가 입을 열었다.
“오빤 저 사람이 누군지 알아?”
그녀는 이제 막 구덩이 속에 처박힌 시체를 가리켰다.
“저 사람이 누군지나 알고 구덩이 속에 묻는 거냐고.”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이었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하지만 얼굴을 확인하려면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 시체를 뒤집어야 했다. 선뜻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너 아는 사람이야?”
“오빤 늘 그런 식이야.”
그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떻게 그래? 어떻게 그렇게 아무 생각이 없을 수가 있어?”
나는 문득 삽으로 그녀를 후려갈겨 구덩이에 함께 묻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좀 차분하게 말해봐. 도대체 무슨 소리야?”
“장이야.”
“뭐라고? 저게 장이라고?”
“장이 자달라고 했어. 오빠랑.”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오빠랑 한번만 해달라고, 장이 부탁했다고.”
“도대체 왜?”
“장한테 직접 물어봐.”
장에게서는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네가 말해봐. 어떻게 그런 부탁을 할 수 있어? 아니, 도대체 그런 부탁은 왜 들어준 거야?”
“그럼 오빠는? 오빠는 저걸 왜 묻어준 거야?”
나는 그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어느 것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 장이 연희와 나를 같이 자게 했는지, 왜 내가 장을 위해서 얼굴도 모르는 이 사람을 묻고 있는지 말이다. 나는 장이 오늘 왜 도서관에 왔는지도, 그리고 왜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는 어쩌면 내가 이 일을 대신 해주길 바랐을까.
파낼 때보다 메울 때가 훨씬 힘들었다. 어쩌면 파내는 데 힘을 다 써버려서 그런지도 몰랐다. 흙을 퍼나를 때마다 땀이 자꾸 눈으로 흘러내려 끊임없이 팔을 들어 닦아내야 했다. 정신없이 삽질을 하다 보니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것 같은 지경이 되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곧 해가 떠오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아직 멀었는지도 모른다.
일을 끝마친 뒤에야 나는 연희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가 앉아 있던 곳에는 짙은 나무 그림자만 남아 있었다.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그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낮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아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구덩이를 다 메우고 나서는 적당히 주변 정리를 했고 나무둥치에 기대앉아서 숨을 돌렸다. 연희가 앉아 있던 곳이었고 나는 거기에서 조금 전까지 구덩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나뭇가지와 돌 들을 적당히 흩어놓으니 방금 무언가를 파묻은 곳처럼 보이지 않았다. 시체는 사라졌고 장에게서는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남은 것은 내 손에 들린 녹슨 삽 한자루뿐이었다. 나는 삽을 나무에 기대어놓았다. 산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매미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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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밀로라드 파비치(Milorad Pavic)의 『하자르 사전』(열린책들 2011)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