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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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張錫南

1965년 인천 출생.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젖은 눈』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뺨에 서쪽을 빛내다』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등이 있음. sssnnnjjj@hanmail.net

 

 

 

조율사

 

 

나는 조율사

꽃 잃은 꽃받침

 

不在의 조율사

北西風의 음률이

나의 피

정든 긴장

 

비애의 허벅지와

꽃을 적시는

나는 조율사

11월의 나뭇가지

 

오랜

不在를 감고 푸는

노을 곁

 

낮과 밤의

조율사

 

 

 

정육점

中年

 

 

고기를 사러

정육점엘 가지

오늘 왔나보다

하늘에서 막 내려온 듯

천장에 매달려 뼈째 가슴을 벌린 팔등신

바닥엔 몇점 응고된 피, 古代繪畵

휑한 눈으로 감상하지

이 허기 앞에서

누가 죄를 말하랴

무엇이 來을 말하랴

피를 흘리며 내걸린 말과 침묵

 

허기는 뜨겁게 고기를 핥고

털 벗은 살과 기름이 내 허기를 문지른다

우수수 떨어지는 이파리들

우박떼와 발 아래 살얼음의 무지개

행복의 폐허

 

피의 콧노래로 나를 부르는 정육점

나는 가을을 사듯

고기를 사지

 

고기는 두고

주머니에 손만 담지

낙엽을 차며 거리를 걷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