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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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許秀卿

1964년 경남 진주 출생. 1987년 『실천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슬픔만 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등이 있음. su-huh@hanmail.net

 

 

 

봄꿈

 

 

꽃무늬 바지를 입고 노인은 절집으로 향하는 수유꽃 노란 길을 걸으신다 뼈가 가벼운 새들이 나무 위에서 잠에 겨운 꽃잎을 한장씩 개키고 있다 절집에는 소풍을 가지 못한 얼굴들이 고기반찬 없는 상을 차리다가 병든 자목련을 바라본다 극락까지 가서 밥을 먹고 지옥으로 돌아오면 마을의 몇 안되는 염소들은 실개울 곁에 앉아 간첩이 내려왔다는 뉴스가 박힌 신문을 우물거리고 있다 근처 큰 도시에 있는 술집에서 일하던 아가씨 셋이 개여울에서 변시체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는 이미 염소의 위장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