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 회원 전용 콘텐츠
『창작과비평』을 정기구독하시면 모든 글의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 중이신 회원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시
함민복 咸敏復
1962년 충북 충주 출생. 198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우울氏의 一日』 『자본주의의 약속』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등이 있음. hminbok@hanmail.net
종이상자 시론(詩論)
종이상자가 납작하게 접혀 있다
종이상자는 겸손하다
물건을 담기 전 자신의 모습을 내세우지 않는다
종이상자에도 글씨가 있다
글씨가 내용이 되지 않고
내용물을 대변한다
주로 질 낮은 종이로 만든다지만
파도 모양 골판지로 음양의 힘을 깨치며
중심에 어깨 맞댄 비움의 뼈대를 촘촘히 세운다
종이상자는
나란히 연대하고
차곡차곡 공간을 절제한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담아내는
시(詩)가 더 깊은 시라면
종이상자는
과묵한 시집이다
나무처럼 우직한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