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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정환 金正煥
1954년 서울 출생. 1980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으로 『지울 수 없는 노래』 『황색예수전』 『희망의 나이』 『텅 빈 극장』 『순금의 기억』 『하노이-서울 시편』 『레닌의 노래』 『드러남과 드러냄』 『거룩한 줄넘기』 등이 있음. maydapoe@hanmail.net
국광(國光)과 정전(停電)
어릴적 국광 껍질 정말 타개졌는데 ‘타개지다’라는 말 어디론가 사라지고 내 생애의 껍질로 들어섰다.
저물녘 아이 부르는 소리 들렸다, 아직 날이 어두워지지 않았는데 어두워지는, 한, 오십년 전 골목, 어머니.
목제가면
가면도 이상한 가상현실이다. 식물의 죽음으로 완강하게
동물의 죽음을 밀어낸 목제가면
골격을 보면 더욱 그렇다. 식물의 꿈과 동물 알레고리의
응축인 인격보다 더 강력한 가상현실의
데드마스크를 목제가면은 구현한다. 훨씬 더 오래된
청동가면은 너무 크게 뚫린 눈이 장님 같다.
철가면은 일찌감치 감옥에서 베린 몸이지.
얼굴에 쓰기도 전에 목제가면은
마치 그것이 벌써 얼굴 피부로 들어선 것처럼
사로잡힘보다 더 딱딱한
운명의 거치른 느낌이다. 도대체, 그런 말과 목제가면은
백년은 넘었을 제 세월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다.
동시에 영원은 배꼽이다, 다름 아닌 나의. 거짓,
낯이라니
신비는 놀이고 만물은 살아 있다.
사랑이 되는 성(性)의 울음과 웃음.
극심한 것이 이어지는 저만치서
극장이 오히려 가면의 몸이고 세계고
그 안에서 죽음은 생로병사를 닮으며 웃는다.
영화가 없는 극장 속
죽음이 있으므로 색은 늘 화려하지 않다.
그 밖으로 산더미만하던 배를 와락 껴안으니
불다 만 풍선처럼 푹 꺼졌던 그 Russian
virtuouso pianist, 이럴 수가
풍선 터진 지 벌써 몇년 되었다니 저기 지붕 위
훨씬 더 작은
오색 풍선들 올라간다. 숱하게, 가볍게, 출렁이며.
공기가 하나님의 상상력이라는 듯이. 물론
가벼워질수록 강해지는 것은 금속의 상상력이고
사진은 기묘한 가상현실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