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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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조 趙起兆

1963년 충남 서천 출생. 1994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낡은 기계』 『기름美人』 등이 있음. kijojo@hanmail.net

 

 

 

달콤한 기술

 

 

어느날 숲 속을 거닐다

어디선가 날아오는 향기에 이끌려

한 나무 아래 섰습니다

 

나무는 뿌리에서부터 있는 힘을 다 끌어올린 듯

내 욕망이 닿지 못할 가지 끝에다

태양을 닮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았습니다

 

목이 푸른 새 한마리 먼저 와서

검붉은 열매를 쪼아대는 소리

빛으로 빚은 종소리처럼 울려퍼집니다

 

잠시 후 목이 푸른 새는

내가 아직 가보지 않은 방향으로

열매를 물고 날아갔습니다

 

나는 나무 아래서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아, 세월이 흐른 뒤에

목이 푸른 새가 날아간 그곳에서

검붉은 열매의 씨앗은 싹이 트고 자라서

 

내뿜는 향기에 나는 또다시 이끌려

검붉은 열매와 목이 푸른 새와

달콤한 기술에 취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