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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신동옥 申東沃
1977년 전남 고흥 출생. 2001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악공, 아나키스트 기타』가 있음. sintrange@naver.com
적송(赤松)의 나라
어느새 나는 몸은 생략되고 정신만 남은 몸뚱이 되어 고흥으로 갔다 팔영산 능가사 고사리 아래 나는 식생을 가늠하다 도사렸다 여기는 고흥 하고도 남양 하고도 와야의 개옻나무 찔레 싸리나무 사방나무 넝쿨딸기 쇠비름 아래 매달려보는 저 허어공중이랄지 소록도 문둥이랄지 나동그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매만지는 짱뚱이 멍게 문절이 개펄이랄지 쓰러지며 겪는 비로소 널배와 비로소 달구지의 헤뜸이랄지 이 땅의 무수한 고꾸라짐으로 어느새 나는 몸은 생략되고 정신만 남은 몸뚱이 되어 고흥 하고도 남양 하고도 와야에 왔다 넋놓고 몸 비트는 식생(植生)이여 나를 곰곰 나를 꼿꼿 굵디굵은 패착으로 이끄는 저 붉은
빈집
당신은 구두를 가진 적 없고
발가락이 아름답다
나의 구두가 안간힘으로 뾰족함을 벼려 당신의 지붕을 달랜다
나는 당신의 시공자가 아니다
나는 당신의 적이 아니다
나는 당신을 모른다
벽과 천장
배치와 망치
나날의 조감도
임무와 공기
노동과 희사
간결하게 이어가는 템포로 마침내 당신은 완결된다
당신은 조금 가깝고 나는 조금 소란하다
기본형의 골조를 거느리고
텅 빈 내부로 흐너져 안기는
당신이라는 천장을 기워 입은 나는
당신을 옥죄는 치욕의 척추뼈
코르셋
나는 당신의 용적을 셈한다
나의 구두가 안간힘으로 뾰족함을 벼려 당신의 지붕을 달랜다
당신은 내 친구가 아니다
나는 끝장을 모른다
우리는 완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