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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고은 高銀
1933년 전북 군산 출생. 1958년 『현대시』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새벽길』 『조국의 별』 『백두산』(전7권) 『만인보』(전30권) 『남과 북』 『두고 온 시』 『허공』 『내 변방은 어디 갔나』 『상화 시편』 등이 있음.
소원
제주도 삼년생 똥도야지가 똥 먹고 나서 보는 멍한 하늘을 보고 싶으오
두어달 난
앞집 얼룩강아지 새끼의 빠끔한 눈으로
어쩌다 날 저문 초생달을 보고 싶으오
지지난 가슬 끝자락 추운 밤 하나
다 샌 먼동 때
뒤늦어 가는 기러기의 누구로
저기네
저기네
내려다보는 저 아래 희뿜한 잠 못 잔 강물을 보고 싶으오
그도 저도 아니고
칠산바다 융융한 물속의 길찬 가자미 암컷 한두분
그 평생 감지 않은 눈으로
조기떼 다음
먹갈치떼 지나가는 것 물끄럼 말끄럼 보고 싶으오
폭포나 위경련으로 깨달은 바
너무나 멀리 와버린
내 폭압의 눈 그만두고
삼가 이 세상 한결의 짐승네 맨눈으로
예로 예로 새로 보고 싶으오
거기 가 있다가 천년 뒤에나 오고 싶으오
내려가면서
산에 올라
다른 산들을 본다
저마다 알을 품은 어미의 날들을 본다
더는 바라는 바 없이
으스스 흡족하거늘
저 0.001의 지공무사(至公無私) 및 99.999의 지사무공(至私無公)의 살 판으로
내 삶의 군더더기 보태러
헛기침이나 몇개 가지고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