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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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언 宋昇彦

1986년 강원 원주 출생. 201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rowanberry.nil@gmail.com

 

 

 

변검술사

 

 

가위를 들고 풍경을 자르는 너

 

만날 때마다 일그러지는 얼굴이 있었다 좁은 그곳에도 여닫히는 기관이 있어 밀실에 어울리는 표정이었다

 

밀실에 드는 광선은 분재에 남은 의지였다 몸을 비트는 펜다는 왜 자신의 생장에 반하며 어두운 쪽으로 잎을 벌리는지

 

그릇된 방향으로 분무기를 들고 분재에 물을 뿌렸다 밀실을 비추는 무지개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색깔만큼의 색깔을 발견하며

 

너는 밀실을 위해 정원을 지우고 있고 나는 정원을 위해 벽돌을 쌓고 있다 내가 물을 뿌리면 네가 멍든 몸을 비틀어

 

우리는 무지개 속에서 일손을 놓고 서로의 첫 얼굴을 바라본다

우리는 서로의 표정에 세들어 사는 임차인, 서로의 얼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펜다 잎사귀에 광선이 모인다

둥근 어둠, 이것은 유일한 합의점

 

 

 

나타샤

 

 

나는 구출당합니다 창백한 어둠이 하나의 원으로 수렴되는 과정,

 

어둠속에서 나는 감각만을 익혔습니다 내 손에 쥐여오는 단단한 것은 차가운 그의 광물입니다 그의 주머니에는 그런 광물이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기에 어떤 광물인지 모릅니다 광물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그는 밤에 나를 가뒀습니다 나는 밤에 젖은 채로 그의 광물을 캐고 또 캡니다

나는 오래 살고 오래 착취됐습니다 그중 하루는 난생처음 새소리를 들었습니다 하루는 먼 곳에서 날아온 소리를 듣고 그가 죽습니다

그가 죽은 뒤에도 나는 그의 광물을 캐어 그의 주머니에 넣습니다 광물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나는 딱딱하다는 것 외에는 잘 모릅니다

 

당신들은 너무 늦게 랜턴을 비춥니다 빛이 뭔지 모르게 될 때까지

의아한 표정으로 나는 끌려나옵니다 나는 몇개의 광물을 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