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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성윤석 成允碩
1966년 경남 창녕 출생. 1990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극장이 너무 많은 우리 동네』 『공중 묘지』 『멍게』 『밤의 화학식』 등이 있음. phosvil@hanmail.net
장소성*
시집 표지디자인은 문학과지성사와 창비
문학동네와 민음사의 장소성이 다 다르다
의외로 창비는 귀족적인 유럽형 주택의 거실에
놓였을 때 어울리고 문지는 술상을 엎는 뒷골목 선술집
탁자 위가 어울린다
문동은 까페나 꽃집의 벽면이나
탁자 위가 제격이고 민음은 야외 바닷가나 숲속 정원이
제집이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세상이 그렇다는 얘기 외에
무엇이 더 있을 것인가
그 장소와 한없이 떨어지지 않으려는 색과 책등들
무수한 시집 표지들은 말한다 일격과 이빨은
어떤 상관관계인가
일격을 노릴 장소는 어디란 말인가
그렇다면 헤어진 사람과는 헤어지는 게 아니었다
헤어진 사람과는 한사코 떨어지지 않으려는
저녁의 모든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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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일이 이루어지거나 일어나는 곳. 미술에서는 미술작품과 그 작품이 놓여 있는 장소를 따로 떨어뜨려놓고 생각하지 않으려는 시도.
이빨들
도끼는 꿈꾸는 것들에 속했다
도끼를 가지지 못한 자는 죽어
백지가 되어야 했다
내가 찾는 도끼는 누군가가
제시해놓은 도끼들에 없었다
나는 매번 백지상태였다
희디흰 엉덩이를 그냥 내놓은
상태였다
썩지 않는 도끼자루를 해마다
만들었지만
아는 체해야 했지만 모르는 체해버린
갑작스런 만남처럼
슬그머니 저수지에 던져 넣을
도끼날도 본 적 없었다
금도끼는 아무것도 쪼갤 수 없다!
평생을 도끼에 대한 사념에 시달렸다
도끼는 어디 있는가 도끼는 누구의 것이
되어야 하는가
도끼는 내게로 와서
엿이 되었다
나는 찾지 못한 도끼
도끼 생각만 해도 쩌억 벌어지는
희디흰 엉덩이를 까 보일 만한
저수지만 맴돌았다
도끼만 가득 빠진 저수지
내 입속에 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