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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손미 孫美
1982년 대전 출생. 200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양파 공동체』가 있음. sm6986@nate.com
박 터트리기
나를 떼어 한 주먹씩 던졌다
못 올라가고 돌아온다
돌로 얻어맞는 기분
이런 모습은 상속된다
콩 주머니를 쥐고 올려다보면
누가 끌고 가는 몸 하나.
구원처럼
긴 다리를 끌어안았다
씨앗이 사방에서 부풀어 오른다
터질 것 같은 입술을 다물고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사슴이 됐다가
얼어 죽었다가
이 속에서 몇번이나 살고 있다
뭘 그렇게 잘못했나
하늘을 찌르며 걷는 몸 하나가
흐느끼는데
저쪽으로, 저쪽으로 저를 떼어 던지는데
못 가고 돌아온다
앞니를 물고 간 새가
아직 날 받아먹고 있다
돌을 쥔 손 하나
누가 나를 생각하며
바들바들 떨고 있다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사람이 죽었는데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밤을 두드린다. 나무문이 삐걱댔다. 문을 열면 아무도 없다. 가축을 깨무는 이빨을 자판처럼 박으며 나는 쓰고 있었다. 먹고사는 것에 대해 이 장례가 끝나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뼛가루를 빗자루로 쓸고 있는데 내가 거기서 나왔는데 저것을 핥으면 갓 출산한 피 맛일 거다. 식도에 호스를 꽂지 않아 사람이 죽었는데 너와 마주 앉아 밥을 먹어도 될까. 사람은 껍질이 되었다. 사람은 헝겊이 되었다. 그림자가 되었다. 연기가 되었다. 비명이 되었다 다시 사람이 되는 비극. 다시 사람이 되는 것. 다시 사람이 되어도 될까. 사람이 죽었는데 사람을 생각하지 않아도 될까. 케이크에 초를 꽂아도 될까. 너를 사랑해도 될까. 외로워서 못 살겠다 말하던 그 사람이 죽었는데 안 울어도 될까. 도망가도 될까. 상복을 입고 너의 침대에 엎드려 있을 때 밤을 두드리는 건 내 손톱을 먹고 자란 짐승이다. 사람이 죽었는데 이렇게 살아도 될까. 변기에 앉고 방을 닦으면서 다시 사람이 될까 무서워. 너에게 그런 고백을 해도 될까. 저 짐승이 나 대신 살아도 될까. 사람이 죽었는데 계속 사람이어도 될까.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묻는 사람이어도 될까. 사람이 죽었는데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나무문을 두드리는 울음을 모른 척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