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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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진 張修珍

1981년 서울 출생. 2012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ninotchka@naver.com

 

 

 

이별의 과학

 

 

축배를 들 듯, 바깥으로 쭉 뻗은 팔과 다리는 어떤가. 활처럼 휘어버린 건강. 너는 죽었어, 미래는 죽음처럼. 방수 되는 물질들의 파고드는 힘센 자세. 시간은 피에 젖지 않는다. 손목과 시계가 욕조를 떠다닌다. 플라스틱 드레스, 개죽음의 느낌. 1981빈티지, 그날 누가 포도를 밟았을까. 시체는 누가 뒤집나. 세면대에 물이 넘치면 욕실에 얇은 바람이 분다. 샤 샤…… 샤 샤…… 벽난로 앞의 남자는 생각일까 외투일까. 기관지가 물 호스를 향해 이동한다. 비누, 성격, 타일, 손잡이, 방음을 위한 욕실의 구성. 폐가 물 끝에서 증발한다. 왼쪽 눈은 불행하고 뺨은, 서쪽으로 번진다. 텅 빈 외투의 팔 들린 자세, 뒤로 돈다.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눈부신 병신. 햐 햐…… 햐 햐…… 거실의 주전자, 오직 노을의 힘으로 불타는 물. 우린 떨어진 손잡이 옆에서 서로 껴안았지. 수증기 속에서…… 목을 조르며 아름다운 팔이 사라져…… 물 속에서 목성으로 토요일에 도달하는 어느 행성으로…… 부드럽게 죽으며 헤어지자…… 더 사랑할 수 없도록. 우주로 연결되는 이 사적인 행성 속에서 우리의 이별은 과학.

 

 

 

목격자

 

 

바꿨더라, 주황색 꽃으로. 그 여자 이름이 주홍이거든. 펑펑 울더라. 다 연기겠지만.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나를 배신하기 위해 너는 내 어깨 위로 올라가 이별, 하고 말했다. 신호등이 깜빡거린다. 너는 붉고 나는 걷는다. 013214 쿵, 가드레일 밖으로 뒤집힌 구형 녹색 포니. 위로 열리는 창문 너머로 나는 어린 자매 둘을 발견한다. 아이들은 천장에 누워 다리가 들린 채, 마저 노래한다. 샤바 샤바 아이샤바 얼마나 울었을까…… 샤바 샤바 아이샤바 천 구백 팔십 일년도. 나는 태어나 멀리 떠난다. 계모나 언니들이 없는 곳으로. 도착하면 파티를 열 것이다. 옥상 위에서 작은 말들이 자연스럽게 뛰어내리고 거리의 모든 에어백이 터지는 동안. 단호한 신경증자처럼 눈을 벌린 채, 한번에 떨어질 것이다. 당근을 든 삼층 창가의 소년은 내 생의 마지막 애인이 되겠지. 이것이 우리의 연애다. 뒤집혀 추락하는 자와 눈을 맞추며, 너는 잠시 미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