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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문보영 文甫榮
1992년 제주 출생.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책기둥』 등이 있음. openningdoor@korea.ac.kr
유기
누가 없어졌다
현실이 잘 조준이 안 돼
그래서
기억으로 기억을 갚는다
현실을 꾸어다
개를 만들었더니
누가 없어졌다
굴뚝에선
가버리는 사람 모양의 연기
말문이 막히자 네가 시작되었다
걱정으로 걱정을 갚았더니
누가 없어졌다
보안상 너에게 알릴 수 없는
가슴이
수박처럼 열릴 때
나는
걱정으로 걱정을 갚았네
갑자기 개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
앞에서
없어진 사람은 누구지?
대뜸
사라졌네
현실이 현실을
덮쳤네
파도처럼
아프게
칩
하나의 보이지 않는 칩이 몸속을 돌아다닌다 숨이, 구름처럼 흐르다 칩과 함께 사라진다 장기를 건드리는 칩 때문에 밥을 먹을 때마다 나는 약간 악착같다 악착같이 기억할 때마다 칩이 커진다 나는 내부의 손으로 가슴을 벅벅 긁는다 왜 숫자는 0으로 나누면 안 되나요 무서워서 그런가요? 칩이 수상한 질문을 던질 때마다 나는 삶에 조금 악착같다 삶에 왜 편집기능이 허락되지 않을까 물을 때마다 칩은 내부의 벽에 딱 달라붙는다 숨이 구름처럼 흐르지 못하고 외면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