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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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 鄭載學

1974년 서울 출생. 1996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광대 소녀의 거꾸로 도는 지구』 『모음들이 쏟아진다』가 있음. 3jhjung@hanmail.net

 

 

 

제주-히말라야 샤머니즘의 만남

심방*

 

 

손이영 발이영 다 묶였어**

 

으마떵호리

 

갈기갈기 찢겼어

 

나가 확 풀어졌어

 

사람들이 하영 많아

 

만나쿠다 만나쿠다

 

넋들라 넋들라

 

사람들도 살고 나도 살고

 

나도 어멍 아니우까

 

어드레 감디?

 

놀당 갑서

 

 

--

*제주도에서 무당을 일컫는 말.

**『황루시의 우리 무당 이야기』에 나오는 제주도 한 심방의 신병 이야기 중.

 

 

 

제주-히말라야 샤머니즘의 만남

잔크리*

 

 

나는 샤먼이자

시인이며 광대, 예언자

의사이며 춤꾼, 음악가이다

 

잊혀진 지도에서 흘러나온 노래를 시작한다

역광 속에서

역광으로

 

뭉툭한 북소리의 끝에서

음표 같은 푸른 뱀들이 쏟아진다

 

음악과 땅의 경계에서

춤을 추는 죽음

 

피 흘리는 숨통 뒤로

경계는 늘 고독하다

 

일초가 백년이 되어 거꾸로 흐르고

잊혀진 지도에서 흘러온 노래를 간직하는 땅

꿈틀거리는 수많은 뱀들

알을 까기 시작한다

 

끝이 없는 여행

당신을 만나고 싶다

나는 죽고 또 죽는다

 

 

--

*네팔에서 샤먼을 일컫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