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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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咸敏復

1962년 충북 충주 출생. 1988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 『우울氏의 一日』 『자본주의의 약속』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등이 있음.

hminbok@hanmail.net

 

 

 

악수

 

 

하루 산책 걸렀다고 삐쳐

손 내밀어도 발 주지 않고 돌아앉는

길상이는 열네살

 

잘 봐

나 이제 나무에게 악수하는 법 가르쳐주고

나무와 악수할 거야

토라져

길상이 집 곁에 있는

어린 단풍나무를 향해 돌아서는데

 

가르치다니!

 

단풍나무는 세상 모두와 악수를 나누고 싶어

이리 온몸에 손을 달고

바람과 달빛과 어둠과

격정의 빗방울과

꽃향기와

바싹 마른 손으로 젖은 손 눈보라와

이미

이미

악수를 나누고 있었으니

 

길상아 네 순한 눈빛이

내게 악수하는 법을 가르쳐주었었구나

 

 

 

독상

 

 

시집을 읽는 밤

손가락 하나에도

가슴이 펼쳐지고 넘겨진다

 

고욤이 익어가는

세 발 정족(鼎足)산에서

네발 달린 짐승이 울고

 

먼 비유를 확보한 시구가 아름다운 것은

없는 간격 애써 나눠놓은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의 발로인가

 

심장이 뻐근한데,

두 발로 서서, 끊고 싶은,

새벽 담뱃불을 달린다

 

죽음

이 완벽한

독상

 

시는 나름

최선을 다해

경계를 지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