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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언희 金彦姬
1953년 경남 진주 출생.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트렁크』 『말라죽는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뜻밖의 대답』 『요즘 우울하십니까?』가 있음. pitchblood@hanmail.net
도지다
이빨을
심자
공수병이 도진다, 뼛속의
개가, 휘황찬란하게 미친 이빨이
도진다, 죽여주지 않을 거면
머리통을
버썩
씹어주지 않을 거면, X는 대체 왜 하는, 피를
보지 않을 거면, 이빨을 박지
않을 거면, 허벅지 깊숙이
이빨보다
더 깊이 박지 않을 거면, X는
대체 왜 쓰는, 뼈가
쩡쩡
울리도록, 뼈에 금이 가도록 짖어대는
황황한 개소리가
공수가
도진다, 널 죽여주지 않으면
난 살인자야, 허옇게 거품을 물고
웃고 있는
X가
도진다, 물리기 전에는 미칠 권리도
죽을 권리도 없는
치사율
일백 프로가,
一者
어딘가를 건드리면 쉬익 푸른 불길로 솟구치는 者다 가스라이터처럼 새파란 불길로 훌훌 뛰는 者다 쉭쉭거리는 者다 허덕이는 者다 헐떡거리는 者다 피가 거꾸로 도는 者다 피를 거꾸로 돌리는 者다
먹이의 숨이 끊어지기를 기다리는 맹금처럼 어미의 숨이 끊어지기를 기다리는 者다 고기 없이는 단 하루도 못 사는 者다 가리는 고기가 없는 者다 개의치 않는 者다 개의치 않고 먹는 者다 먹이는 者다 포식자와 피식자가 한몸인 者다
너무 쉽게 너를 벗기는 者다 나무젓가락처럼 너를 쫙 쪼개는 者다 서너번 빨고 우지끈 등뼈를 꺾어 휴지통에 던지는 者다 빼도 박도 못하는 너를 김빠진 시체로 만드는 者다 입구이자 끝인 者다 출구이자 끝인 者다
혓바닥이 발바닥인 者다 십자가 대신 갈고리가 오는 者다 머리도 내장도 없이 내걸리는 者다 익명의 사지로 우둘우둘 떠는 者다 제수(祭需)처럼 진설되는 者다 부위별로 음복되는 者다 두개골이 석류처럼 달게 벌어져 있는 者다
사력을 다해 죽어 있는 者다 폭로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모든 것을 폭로하고 있는 者다 휘파람으로 네 넋을 바르는 者다 휘파람으로 네 심장을 가르는 者다 피 한방울 묻히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