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968년 경기 화성 출생. 1992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 등이 있음. oicce@daum.net

새싹들 돋았다 징그럽다 거짓말이에요

어쩌자고 심장이 또 옮겨붙는 것이다

 

창을 열었다 슬픔이 가까이다 거짓말이다

슬픔이 한칸 뒤로 밀려난다

 

대낮에 집을 나와

걸어내려갔다 다시 걸어올라가는 중이었다

같은 길이었다 혼자였다

 

저기요 제가 너무 힘들어서

그러는데요

저기요 제가 너무 목이 말라서

 

그러는데

죽은 사람 좀 불러줄래요?

 

꽃나무를 들고 있던 사람이죠

한손에는 비둘기

한손에는 새장을 들고 있던 사람이죠

등은 검고 배는 희다

고래 얘기라고 했어요

참 이상하지 동그라미를 생각해봐

버스 손잡이 비눗방울 구겨넣은 파랑

나는 모르는 일이야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어요

 

빈차 붉게 떠올라 있어 문을 연 사람이에요

이쪽으로 쏟아지지 않고

저쪽으로 밀리는 머리들이 있었어요

네가 그랬어 네가 그랬잖아

머리에 그림자를 뒤집어쓰며 울부짖는 목소리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왜 네 머리에 뒤집어쓰니

들어줄 귀가 없었어요

머리가 가득한 쪽으로 밀어넣었어요

 

내가 그랬어요

 

거짓말이에요

 

잘 찾아봐요

속치마처럼 비치면 데려와요

텅 빈 얼굴이면 데려와요

여기를 모르는 얼굴이면 데려와요

태엽 감는 소리로 꺽꺽거리면 데리고

와요 말을 잊어버리기 충분한

시간이었어요 새처럼 허공에 낀 소리를 내면

가던 방향으로 계속 걸어요 되돌아오지 말아요

뒤섞인 울음과 숨통을 터진 풍선처럼 뒤집어썼다니까요

그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