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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중일 金重一
1977년 서울 출생.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국경꽃집』 『아무튼 씨 미안해요』 『내가 살아갈 사람』 등이 있음. ppooeett@naver.com
매일 무너지려는 세상
세상은 매일 매순간 무너지려 한다.
한순간도 천지사방은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한순간에 무너지고 우주가 쏟아질 수 있다.
세상 모든 새들은
잿빛 댐처럼 우주를 가둔 하늘을 틀어막고 있다.
하늘이 터져 지상이 우주로 뒤덮이지 않도록,
새들은 일생 쉼 없이 우주가 흘러나오려 하는
제 몸피만큼 작은 바람구멍들을 계절마다
매일매일 시시각각 날아다니며 틀어막고 있다.
새들이 모두 잠든 밤이면
우주가 새어나와 지구가 침수되고
집들과 배들과 별들의 깨진 창문 같은 잔해가
둥둥 떠내려왔다가 떠내려간다, 떠내려가다가
흘러내려가다가 고인 곳, 봉분처럼 쌓인, 고인의 곳.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잿빛 댐처럼 지구를 가둔 땅을 틀어막고 있다.
땅이 터져 우주가 지구로 뒤덮이지 않도록,
사람들은 일생 쉼 없이 지구가 흘러나오려 하는
제 발자국만큼 작은 땅구멍들을
매일매일 시시각각 발바닥 닳도록 서로 오가며 틀어막고 있다.
엄마들은 자식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그 순간 한순간에 세상이 무너질까봐
그 자리에 곧바로 무너지듯 털썩 주저앉는다.
지구가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폭발해 터져나오려는
그 순간 그 자리를 틀어막듯 주저앉는다.
단 한걸음도 더 내딛지 못할 순간이 왔다.
단 한방울도 남김없이 온 힘이 빠져나간 순간이 왔다.
이제 어떡하나, 엄마들 가슴 한가운데 난 구멍을.
당장 막지 않으면 금세 금가고 갈라져 댐이 툭 터지듯
한순간 무너져내릴 텐데, 세상이 엄마로 다 잠길 텐데.
세상 모든 사람들 물살에 무릎이 부러지고
막지 못한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온몸이 줄줄 다 흘러나올 텐데.
이렇게 오랫동안 기적을 기다리며
매순간 무너지려는 길의 틈새를
매순간 무너지려는 공중의 틈새를
천지사방을 이 시간을 온몸으로 막으려
죽어서도 그들은 여기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