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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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준 朴南濬

1957년 전남 법성포 출생. 1984년 『시인』으로 등단.

시집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적막』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중독자』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 등이 있음.

joon5419@hanmail.net

 

 

 

명천선생과 한복

 

 

고개 돌리시고는 했다 인사받지 않으셨다 오래도록 몰랐다 언젠가 사람 보내와 부르셨다 잘못 알았다고 미안하다고 내가 입고 다니던 한복으로 말미암은 선입견에 대해 당신을 말씀하시는 것이다 목젖을 달싹이며 올라오는 사연 싹둑 닫고 말았다

 

그 한복, 호마이카 자개장롱 가득 인연을 떠난 옷 태우려 붙잡고 그마다 곡절을 토하는 어머니의 깊은 울음을 달래려고, 어둔 바늘귀 꿰어주며 낡은 재봉틀 일거리를 굴려달라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한복 줄여달래서 만든 옷이었다는

 

한복 입고 다니는 이를 보면 떠올리게 되는 그이의 슬픈 가계사에 누덕누덕 덧대고 얽혀진 아픈 전쟁의 속내를 나도 미처 몰랐고

 

 

 

꿈을 꾼 댓가

 

 

댓가를 치르는 생애를 안다

떠돌이 앨버트로스는 그 큰 날개로 인해

오래 비행할 수 있으나

지상에서는 그로 인해

뒤뚱거릴 수밖에 없다는데

그대가 별을 향해 달려가지 않았다면

나무의 깊고 큰 광합성의 에너지를

넓고 풍요로운 우림의 초록을

빼앗지 않았다면

대왕고래의 머나먼 항로를

뒤쫓지 않았다면

이토록 중태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꿈꾸었기 때문이다

그대의 끝없는 탐욕이 더 빠르고 더 강한

그대를 욕망하는 내 꿈이 전쟁을 부르고

날마다 과소비의 마천루를 쌓아 올리며

쓰레기의 산과 바다를 이룬 것이다

이렇게 기후위기를 맞은 것이다

되돌려야 하는데

꿈꾸지 말아야 하나

희망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레타 툰베리 어린 소녀의 말처럼

극심한 공포1를 느껴야 하는데

내 집에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해야 하는데

불타는 내 집의 불길을 어서 잡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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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다보스 포럼에서 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