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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박라연 朴蓏娟
1951년 전남 보성 출생.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공중 속의 내 정원』 『우주 돌아가셨다』 『빛의 사서함』 『노랑나비로 번지는 오후』 등이 있음. bry926@hanmail.net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누군가의
따뜻함은 흘러가 꽃이 붉어지게 하고
상처는 흘러가 바다를 더 깊고 푸르게 할까
티끌,이라는 이름부터 피라미 여치 패랭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 이름들이 제 이름을 부르며
어디까지 나아갈까 태평양
혹은 장미라는 이름으로 계급으로
붐비고 여물어가지만
제 이름의 화력만큼 이글거리는
애간장들에게
가만히
저를 열어 뿌려주는 엔도르핀을 만날 때
어떻게 인사하면 좋을까
사방이
그저 붉게 두근거리며 울어버릴 때
헤어진 이름이
깊고 푸른 바다로 걸어 들어가버렸을까
내 떨림의 물결 한가운데서 붉은
해가 떠올랐다
그는 따뜻한 오버랩이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지닌
신경줄기 몇개쯤이 없지, 싶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빠진 신경줄기 그 자리에
물과 불과 바람을 쟁였을 것이다
아무리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타자의 어둠까지 물리칠 양식이 되었다고
그를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지만
용산서원 준공식 그날은
탄핵안이 가결된 딱 그날이어서
내 고향 율포 바다 서녘을
그가
함께 바라봐준다는 생각만으로
가난한 색으로 출렁이던 옛날을
그 큰 바다의 바닷물을
붉은 희열로 바꿔버릴 줄은 몰랐다
그는 따뜻한 오버랩이다
세계가
단 한명의 잘 익은 내면만으로도
따뜻하게 출렁일 수 있다면
그를 추천하고 싶다
누군가의 시린 발등 아래
어두운 처처 그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