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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강지이 姜智伊
1993년 대전 출생.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수평으로 함께 잠겨보려고』가 있음.
catontheuniverse@gmail.com
도로 끝
도로 끝이라는 표지를 봤다
같이 잘 보이지도 않는 새를 멀리 바라보다가 말라버린 웅덩이 주변 물을 보다가 단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지켜보다가
이런 끝에서 사랑이란 게 시작되는 것일까? 이건 너무 흔하다
차라리 흔한 것이라면, 나는 여기 버려져 있는 쇼핑카트에 너를 태우고 이곳을 달리려 한다(아니 근데 누가 자꾸 이런 곳에 쇼핑카트를 버리시는 거예요)
산책하는 어린이가 와하하, 하며 손을 흔들 것이다
건너편 아파트에서 양말을 널던 사람이 보고 조금 웃을 것이다
새들이 있는 곳은 놀라지 않도록 최대한 천천히 움직이자
구름 없는 하늘, 흰색과 주황색의 항공장애 표시구
달리면 달릴수록 갈대와 희고 노란 들꽃들은 제자리에 있는데도 흔들리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우리 이대로 집에 가자! 고구마와 귤과 청포도를 먹으러 가자
이러면, 누가 타는 쪽이냐며
햇빛을 받고 웃는 나의 사람은 참 아름답다
에게 쓰는 연애편지
나는 편지를 쓰려고 해
잠깐,
세상의 까만 골목과 골목들에 안약을 좀 넣을게
떨어트리고 깜빡일 때마다 바뀌는
군청빛
보랏빛
희미하고 푸른
오렌지빛
바다와 강, 아스팔트 웅덩이, 논과 밭에 누워 노는 매 순간 다른 햇빛의 보석들
이제 아침이다
내 몸엔 이제 세는 것도 불가한 쓰레기들이 매분 매초 축적되고 있고 매일 아침 오직 한 문장만 쓸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언제나 완성할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