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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특별기고
김형수 金炯洙
1959년 전남 함평 출생. 1985년 『민중시 2』로 등단.
지은 책으로 『소태산 평전』, 시집 『빗방울에 대한 추억』 등이 있음. millemi@hanmail.net
* 이 시는 지난 6월 19일 타계한 고(故) 한지현(韓智現, 지타원 한지성, 1943~2017) 선생을 기리기 위해 씌어진 것으로, 발인식에서 낭독되었다. 한지현 선생은 백낙청 『창작과비평』 명예편집인의 부인으로, 창간 당시부터 창비의 사업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또한 광운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원불교 여성회를 창립하고 ‘한울안운동’을 이끌었다. (편집자 주)
별빛 뒤에 서 계신가봐
사모님 영전에 엎드려 외우다
나는 무슨 말을 드려야 할지 몰랐어
분명히 앞에 계셨는데
너무 컸나봐 빛이 환해서 안 보였나봐
조심스럽고 어렵고 이름조차 외울 수 없는
사모님, 수십년 우리 글쟁이들의 사모님
『소태산 평전』 얘기할 땐 청중 속이었어
얼마나 황송했는지 몰라
원불교가 아직 얕아요. 김선생 말 안 들을까 응원 왔어요
사모님께는 나도 ‘한울안’이었나봐
익산 강연 때도 연구소 발제 때도
끝나고 찾아봤더니 이미 가셨어
전쟁 때 개성교당에서 오셨대
나는 ‘노마드 개성교당’이니까
편하게 떠들었어. 원불교에 숱한 얘기가 숨어 있어요
그럼 김선생이 써봐요. 우리가 여건 만들까?
나는 그 우리가 장적조, 최도화라 생각했어
이공주, 황정신행1이라 여겼어
집집마다 드리운 선천의 장막을 치우신 분들
아픈 몸 그대로 하늘이었던 게지
이 시대의 미륵이 재가 여성의 눈빛 속에 있는 걸
왜 몰라. 나도 한번 말씀을 들을 거야
한주 두주 끌다가 한달 두달 벼르다가
끝내 놓치고 오늘이야. 저 봐
꽃이 피고 다시 지워진 뒤에
새가 날아간 흔적 같아
바람이 말끔히 쓸고 간 자리 같아
그 쟁쟁한 목소리 여기 남겨놓고
닿을 수 없는, 오감을 초월한, 안타까운
저 별빛 뒤에 서 계신
저 나뭇잎 뒤 저 거미줄 뒤
한없이 외롭고 눈부신
소태산의 금강이 되신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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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소태산 대종사의 여제자들로, 원불교 교단조직을 이끌었다. 이타원 장적조와 삼타원 최도화는 초기 교단에서 교당 설립과 교화 활동에 힘썼고, 구타원 이공주와 팔타원 황정신행은 소태산의 새 회상 창업에 큰 공훈을 세웠다. 팔타원은 고인과 같은 재가(在家) 여성 신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