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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현정 李鉉正
1976년 서울 출생. 2015년 『쿨투라』로 등단. jayhera@hanmail.net
파일럿의 휴가
강가는 물새의 작업실이다
물새는 강물 위의 언어를 기다린다
한마리 한마리
사람이 떨어지기도 한다
산이 버린 날개처럼 잎이 떠다니고
물새는 물 위에 뜬 먹이를 잡아
언어를 다시 만든다
나는 브로콜리였니?
아니 안개꽃
나는 브로콜리 농장의 날씨 같은 거였니?
아니 작은 바구니였어
오래 속았지 그 속에서 우리 둘이
세상이 위험하지 않도록 신선해지도록
나는 농부처럼 스푼처럼
쉬고 싶어
옥상에서 보는 아침
너는 속옷을 빨면서 말했다
혼자 있고 싶다고
샴페인을 따려고 흔든다
기포가 부풀어 터질 듯이
고압이 생긴다 실내는 잘 조직되어
여기서 나가줄래?
나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사람
내가 보는 것은 청거북이다
지붕들이다
느릿느릿 기어가는 세계의 대답들이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악천후의 변명들이다
청거북이 사랑을 하면 축구공이 된다
뻥, 멀리
다리가 추웠지
꿈에서 늘 사라진 바지를 찾아 헤맸어
내 바지는 거기 있더라
손이 시릴 때마다 꼈던 그 장갑 옆에
어제는 죽은 벌레에게
물티슈를 덮어주었다
담요를 접는다
너는 근본을 없애는 일에 도전했구나
너는 요즘 이상한 말을 많이 해 신앙이 생겼는지
저 건물엔 전광판이 365일 켜져 있어
모델이 웃고 있어
우상이 하나면
다툼이 많아질 텐데
옛날에 우리는 뭐든지 평가받았지
하루의 결과를
죽음도
슬픔도
하지만 비행기가 리본처럼 날아간다
물체들은 뜻을 이룬 것이야
나는 지붕들의 리더
본질은 비반복적이고
나는 지능 없는 리코더
소리를 낼 거야 파이 파이
팔다리를 자르면
가냘픈 멜로디를 얻게 되지
나는 바쁘고
나는 랩도 배워야 하고
나는 수건도 접어야 하고
나는 손가락을 구부릴 것이며
알고 있는 집단을 모두 따돌릴 것이다
나는 유행처럼 떠나지 않고
막연한 세계를 알아보지 않을 것이다
내 선물을 돌려보낸 모든 이들의 얼굴을 볼 것이다
자몽 껍질을 깐다
콘크리트 위에 올려놓으며
차갑고 빛나는 간식이 될 것이다
너희들이 살았던 시대를 넘보지 않을 것이다
비와 빛과 물질과 이중성
슬기롭습니다
화해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
배구는 졌고 계주 결승이 남았는데
밖에서 비를 오래 맞았는지
온몸에 물집이 가득한 마부
노새 한마리를 끌고 나온다
이봐, 여기에 발을 올려
희망은 망아지가 물고 온 여물 같은 것
수그리고 허리 펴고
수그리고 어깨 펴고
저녁에는 오골계를 지지하겠습니다
축구도 졌고 계주 결승이 남았는데
짐을 맡긴다
하나보다
곳곳에 관계를 둔 사람
내 미움이 가여워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지금은 만날 수 없더라도
사진에 사연을 담아야지
노새는 풀을 뜯는다
나는 풀이 되지 않습니다
노새는 똥을 낳는다
나는 똥이 되지 않습니다
건조하다
고산지대는 절벽이 핥던 두유 같은 것
운이 좋습니다 남은 생의 묶음들
관념에는 털이 자란다
샴푸가 필요해서
진심으로 웃습니다
마부는 노새 목에 종을 단다
사람을 만나고 싶어
사람을 만나고 싶어
티셔츠가 바람에 흔들립니다
아무리 찾아도 목을 빠트린 것 같은데
내 배 속에는 암석이 가득합니다
배구도 졌고 계주는 남았는데
기지개는 팔다리의 책임이고
무지개는 느리다
우리는 좋아했지
사랑은 비위생적인 행동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깨끗한 사이
차를 끓일까요 우리는 우리를 응용할 수 있으니
기술이 거리감을 없애고
자연이 생활을 지킬 테니
미움을 보살피기 위해 장난감을 찾는다
염소와 마차와 비탈을 축소시키는 일
의사는 내 잇몸에 엽서와 편자와 레진을 박습니다
나는 사람을 만들고 싶습니다
나는 사람을 만들고 싶습니다
노새를 탄다
바라는 것이 많으면 몽글몽글 냉이 묻어나올 것
흐물거린다
잘 서지 않습니다
내 목에 종을 달아라 통통한 혹은 이동합니다
축구를 못합니다
산을 넘습니다
세수를 합니다
아무 데나 콧물을 닦는다
소수민은 다른 민족에게 화를 내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아직 살려둘 것
새벽이 뛰어갑니다 연장을 들고
필승
늑골은 국내 산업에나 헌신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