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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황혜경 黃惠卿
1973년 인천 출생. 201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느낌 氏가 오고 있다』 『나는 적극적으로 과거가 된다』 등이 있음. waterroad119@naver.com
그래,
그래,
대부분의 기후 속에서 저울의 수평을 이루지 못해서 그래,
하다 만 세수처럼 엄마의 음색을 닮은 딸이라,
덜 씻긴 거품처럼 아빠의 지배를 배운 아들이라,
부모형제자매언니동생들은 그래, 이해를 하지
정체불명의 win, win, 그런 것들도 그래, 천막을 치고 그러는 것들이 있지
그래,
그래서 고개를 드는 기피 가면을 쓰는 기피의 산책 기피가 시장에도 가야하고 친구도 가끔 만나야 하는데 피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그래,
그럴 때마다 너는 기피에게 연두의 안부를 묻고
이쪽에서 자라는 연두를 말하며 걸으면 다른 시간에 본 연두와 만났다
연두를 만나는 너를 만나서 듣는 그래,
이 경우의 것은 소리이기도 하고 연두의 육체이기도 하고 포옹이기도 해서
그래,
그래,는 동질에 뻗어가는 넝쿨이야
찔린 손가락을 동여매는 옥양목이야
지혈하는 안전한 압박법이야
그래,
사남매의 어린 어미가 비혼(非婚)의 늙은 여자에게 가르쳐줄 것이 있다고 말할 때도
나는 그래,
그래,는 혈족의 피부접촉 같거든
동(東)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다시 이르기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새가 된 빨간 색종이를 네모로 펼치고
틀렸던 띄어쓰기를 고치듯 걷습니다
비교할 수 없이 독자적으로 우리였지만 다시 우리를 풀어보니 나, 너
내가 본 장면이 나를 죽이며 진행하는 게 있었는데도 괜찮았어요 나쁜 것들이 집중시킬 때도 안은 안이라 믿는 구석이 있었고 감정 없이 돌을 치우며 하루가 낳은 태양이 오늘을 어떻게 비추고 있는지 가늠하며 걷기도 했지요 시간 역행 크림이라며 쥐여주는 여자가 있어 받긴 받았으니 바르고 걸어보는 날에 다시 여자를 펼쳐보니 여자와 여자와 여자와
발도 싫고 손도 싫은 잃은 요일
가장 어두운 것을 기념하며 아는 소리를 다 내고 있는 어둠
굴복한 사람이 아니라 극복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힘든 대상과 계속 늙어가도 되겠다고 말할 수도 있겠어요
“덮어씌운 푸른 담요는 시선의 끝에 앉은 파랑새라고 말할래”
“뒤따르던 그림자는 비호의 증거였다고 말할래”
동(東)
한 아이가
해(日)가 나무(木)에 걸렸다고
상형(象形)을 얘기하고 있었어요
처음 본 빨간 것이었다고 해요
빨강에 관해서라면
동맥을 자르면 물감이 나옵니다**
선혈에 떨었던 사람 이후에
순홍純紅이었어요
아이가 나무와 붉은 해를 섞는 걸 보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방향을 잃었는데도 둥글었어요
해가 뜨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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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겔 16장 6절.
** 영화 「Big Eyes」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