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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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 高榮敏

1968년 충남 서산 출생. 200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악어』 『공손한 손』 『사슴공원에서』 『구구』 『봄의 정치』 등이 있음.

amond000@hanmail.net

 

 

 

여름의 일

 

 

나무 아래 앉아 울음을 퍼 담았지

 

시퍼렇게 질린 매미 울음을

몸에 담고 또 담았지

 

이렇게 모아두어야

한철 요긴하게 울음을 꺼내 쓰지

 

어제는 안부가 닿지 않은 그대 생각에

한밤중 일어나 앉아

숨죽여 울었지

 

앞으로 울 일이 어디 하나, 둘일까

꾹꾹 울음을 눌러 담았지

 

아껴 울어야지

 

울어야 할 때는 일껏 섧게

오래 울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