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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정끝별
1964년 전남 나주 출생. 1988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자작나무 내 인생』 『흰 책』 『삼천갑자 복사빛』 『와락』 『은는이가』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모래는 뭐래』 등이 있음.
postellar@ewha.ac.kr
세상 가장 작은 뼈에게
귓속 고막에서 달팽이관 사이
이소골을 이루는 추골, 침골, 등골이라는 가장 작은 뼈들이 가장 나중까지 듣는다기에
들을 때 속귀의 뼈들이 움직인다기에
임종을 선고한 의사가 나가자
아직 따뜻한 엄마 겨드랑이에 손을 묻고
작은 목소리로 가장 작은 엄마의 뼈들을 어루만지며
엄마 귀에 대고 말했다
엄마,
엄마가 돌아간 시간을 잘 기억할게
엄마도 잘 기억해서 그 시간에 꼭 찾아와야 해
천사가 있다면
주름진 엄마의 무릎이나 팔꿈치로 올 것이다
얼마나 무릎 꿇고 얼마나 기도하느라 저리 튀어나온 것인지
엄마의 무릎과 팔꿈치는 간절과 절박이 첩첩이 접힌 가파른 그늘이다
해질 대로 해진 실패의 계단처럼 주저앉아 있다
부서진 엄마의 고관절로 올 것이다
얼마나 딛고 서고 얼마나 쓰러지느라 저리 삭은 것인지
엄마의 용가리통뼈에 든 바람은 희망의 폐광이다
백년 묵은 뼈일수록 잘 진 백기처럼 펄럭이는 이유다
그리고 고장 난 엄마의 콩팥 깔때기로 올 것이다
죽음을 살며 죽음을 완성해가는 엄마의 오줌보에 고이는 붉은 피는 살아 있는 사원이다
뒤섞인 피와 오줌을 걸러주려고 비린내 나는 이 여름에 손님처럼 다녀갔다
그리 많은 피를 쏟아내고 야윌 대로 야윈 두 날개뼈를 활짝 펼치고
모든 생명의 처음에 천사가 있고 모든 생명의 다음에 천사가 있다
처음과 다음을 몸에 담고 사는 우리에게 천사는
팔월의 엄마처럼 되풀이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