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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조성래 趙成來
1992년 경남 마산 출생. 202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천국어 사전』 등이 있음.
dotlinego@naver.com
백목련
목련이 피었지, 너의 사랑은 내 것보다 깊고
밥을 먹다가도 운다
그럴 때 나는 먼 세상에서
슬픈 은갈치떼만 내려다본다
입맛이 없다는 너의 병이 옮아와
내 속이 뒤집어진 목련꽃 같다
식욕부진,
아름다움이라는 세계의 야윈 부분
바라보고 있으면 덩달아 슬퍼진다
너는 운다, 내 선인장은 엄지만 해졌다
식물조차 기를 능력이 안 되는 기분이 드리운다
미온한 사랑
사람들이 아프다 그러면
덜컥 겁이 난다
벌써 숨이 차는 것 같다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알아서 죽을 자리에 가서 눕는
웅크림을 가지고 싶다
정말로 헤어지기 전에
먼저 헤어지고 싶다
슬픔의 역치에 사람이 바들거리는 걸
보고 싶지가 않다
작은 슬픔을 그냥
조금씩 씹어 삼키고 싶다
이런 나의 미온함이
사람을 떠나게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다행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