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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정희성 鄭喜成
1945년 경남 창원 출생.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답청』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詩를 찾아서』 등이 있음. poetjhs@hanmail.net
시인 본색(本色)
누가 듣기 좋은 말을 한답시고 저런 학 같은 시인하고 살면 사는 게 다 시가 아니겠냐고 이 말 듣고 속이 불편해진 마누라가 그 자리에서 내색은 못하고 집에 돌아와 혼자 구시렁거리는데 학 좋아하네 지가 살아봤냐고 학은 무슨 학 닭이다 닭 닭 중에도 오골계(烏骨鷄)!
2007년 6월의 마지막 날
6월의 마지막 날 마침내
우리는 조상 대대로 물려온
나라를 시장에 내다 팔았다
이로써 새만금과 한미FTA를 완수한
대통령은 모든 게 다 잘될 거라고
자신의 믿음을 천명하였다
반대할 게 뻔한 환경론자들
생태주의자들 물정 모르는 시인들
민중들의 의사 따위야 들어보나 마나
한 노동자가 분신하고 난 뒤에도
새만금에서 원인 모를 파도가 솟구치고
갇힌 바다에서 억조창생이 죽어가며
아우성치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이제 머지않아 이 바닥에는 손들어
이의를 제기할 생명체가 사라지고
세상은 한결 고요해질 것이라고
모든 게 다 잘될 거라고
비로소 중차대한 국가정책을 완수했노라고
대통령은 확신에 찬 담화를 발표하였다
개펄에서 어린 게가 이의를 제기하던
집게손을 힘없이 늘어뜨리는 순간
이제 더 내다 팔 아무것도 없이
시장의 논리에 맡겨진 이 나라도
대통령도 할 일이 없어졌다
보시기에
평화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