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메가 프로젝트 열풍을 진단한다 ①] 녹색 메가 프로젝트는 없다
구준모
* 「창비주간논평」에서는 두달간 이어지는 기획연재 ‘메가 프로젝트 열풍을 진단한다’를 통해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메가 프로젝트 열풍의 배경과 현주소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2026년 6월 29일 ‘3대 메가 프로젝트’가 발표된 후, 우리는 장밋빛 성장 전망에 열병을 앓고 있다. 메가 프로젝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대기업이 AI 반도체·데이터센터·로봇 산업에 수천조원을 쏟아붓고 정부가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특히 반도체산업에 대해서는 ‘속도전’으로 총력 지원하는 ‘총력전’을 선포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90도 인사를 하고 ‘국민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AI 경쟁의 첨병이 되자는 위험한 도박
3대 메가 프로젝트는 미국 주도의 AI산업의 첨병으로 동참해 한국경제의 미래를 걸겠다는 선언이다. AI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메가 프로젝트는 데이터센터 규모 확장에 기댄 AI사업 모델과 반도체산업의 초호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는 기대로 추진된다. 그러나 AI가 자본주의의 성장동력이 되어 새로운 경제의 시대를 연다는 희망은 타당할까?
최근 AI의 기술적 환상에 대한 경고와 AI산업 거품의 붕괴 우려가 이어진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기술 대기업(빅테크)과 AI스타트업 간의 불투명한 순환거래(circular financing), 막대한 데이터센터 투자 대비 턱없이 낮은 수익성, 저가 개방형 모델을 앞세운 중국 AI기업의 추격 등으로 인해 미국식 AI사업 모델이 근본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AI 거품은 금융적 현상일 뿐만 아니라 실물적인 투입이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대규모 언어모델에 기반을 둔 생성형 AI는 많은 에너지와 생태자원을 필요로 한다. AI 개발과 운영을 위한 데이터센터의 규모 확장은 필연적이고 여기에는 막대한 전력과 물이 소모된다. AI와 반도체산업의 무한한 확장은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전력 수요 폭발로 모든 발전소 증설될 것
메가 프로젝트에 열거된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려면 전력 공급을 단기간에 크게 늘려야 한다. 평택과 용인의 반도체공장 조기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제외하더라도, 광주전남 반도체클러스터에 6.3기가와트, AI데이터센터에 18.4기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 현재 국가 총 발전 설비용량이 150기가와트이고,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가 99기가와트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약 25%의 추가 전력이 필요한 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재생에너지 외에도 가스발전소와 핵발전소의 신규 건설을 검토 중이다. 여러곳에서 늘어난 전력 공급을 위해서 석탄발전소의 폐쇄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사실상 모든 발전소를 증설하고 더 가동하게 된다. 어떤 경우든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나게 된다. 국제적인 기준과 기후정의에 부합하지 않아 비판받는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마저도 지키지 못하는 것이다.
메가 프로젝트 발표 후 전력 공급에 대한 대기업의 요구가 쏟아졌다. 삼성전자는 원자력발전소 확대와 전력구매계약(PPA)을 요구했다. 전력구매계약은 한국전력을 우회해 발전 기업과 전력 다소비 기업이 거래하는 제도로, 원전의 전력구매계약이 허용되면 기업은 전기요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은 신규 반도체클러스터의 “인프라는 정부나 지자체가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라며 “매년 지어야 할 데이터센터 총량을 계산해보면 어마한 전기가 필요하다” “정부도 이를 위해 원전부터 모든 기저발전”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백조원의 초과이윤을 올리는 기업을 총력 지원한다는 정부의 약속에 따라 기업 측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공급 주장의 한계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재생에너지로 메가 프로젝트에 전력을 공급하자고 주장한다. 전력 수요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도 ‘RE100’(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친환경 재생에너지로만 쓰겠다는 약속)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후정의에 부합하는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하다. 일부 지역과 산업만을 위한 국소적 에너지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개념상 타당하지도 않다. 각종 특혜와 시장주의적인 제도 개편, 실제 온실가스 감축과 괴리된 속임수에 가까운 회계 기법을 동원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RE100은 에너지 전환을 위한 바람직한 목표이자 달성해야 할 기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RE100은 기업 중심의 기후위기 대응 기구인 ‘위 민 비즈니스 연합’(We Mean Business Coalition)의 클라이밋 그룹(Climate Group)이 제안한 자발적인 기업 캠페인이다. RE100에는 대기업이 참가하는데 이를 주도하는 것이 미국의 기술 대기업이다. RE100에 참여한 빅테크는 재생에너지를 선택 구매하는 시장 메커니즘과 회계 기법을 활용해서 야심만만한 재생에너지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재생에너지로 운영되지 않더라도, 전력비용 회계 처리와 온실가스 상쇄 기법을 통해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처럼 ‘합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데이터센터를 크게 늘리다보니 그마저 달성하지 못하고 탄소배출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구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5년 18% 증가했다. 메타는 최근 1년 동안 10개의 가스발전소 건설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대규모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재생에너지로는 전력 소비 절대량의 빠른 증가를 쫓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RE100 캠페인은 유럽과 미국 일부 지역에서 고도화된 전력 민영화·시장화를 통한 에너지 전환에 대한 믿음을 우리나라에 이식하는 통로가 되었다. 기업은 RE100 이행 수단으로 전력구매계약 확대를 주장한다. 우리 정부는 2021년 RE100 달성을 지원한다며 재생에너지 직접 전력구매계약을 허용했다. 이로써 민간기업 간 전력 거래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확대 효과는 매우 미미했고, SK 등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게 됐다. 이들은 정부지원 부족으로 제도 활용이 어렵다며 더 많은 규제완화와 민영화를 이야기한다. 또한 예외적 허용의 틈을 비집고 원전과 가스발전, 심지어는 석탄발전에 대해서도 전력구매계약을 요구하기도 한다. 특정 기업의 전력 구매가 널리 활용되는 미국과 유럽에서 데이터센터는 전력요금을 상승시키고 전력망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다른 소비자에 전가시키는 원흉으로 비판받는다. 특정 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면 우리도 유사한 문제를 겪을 것이다.
편향적인 언론과 전문가의 말이 반복적으로 재생되면서 민간 자본과 시장이 에너지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계는 어떤 기준으로도 기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 에너지소비에서 화석연료 비중은 여전히 80%를 넘으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지 않고 있다. RE100과 같은 캠페인은 여전히 ‘시장과 자본의 힘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라는 믿음에 근거를 제시하려는 실패 중인 노력이다. 기술과 시장에 기대어 메가 프로젝트를 녹색화할 수 있다는 주장은 과연 다를까.
메가 프로젝트를 멈춰야 한다
총력전을 선포한 정부는 “서남권에 최소 1개 이상 메가특구를 지정해 기업이 투자 과정에서 겪는 각종 규제를 일거에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가 메가 특구에 노동시간 한도 연장, 근로자파견 대상 확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등 파격적인 노동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것은 일관된 행보다. 이제 메가 프로젝트에 대한 허상을 걷어내야 할 때다. AI·반도체 일극 경제는 우리 삶과 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 3대 메가 프로젝트는 그나마 유지해온 노동·환경 기준을 무력화하고 특정 산업과 대기업을 위해 사회공공성을 파괴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한두가지 독소조항을 제거하거나, 메가 프로젝트를 녹색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계제가 아니다. 미국 주도 AI 경쟁의 첨병이 되겠다는 메가 프로젝트, 기후위기와 사회불평등을 악화시키는 메가 프로젝트 그 자체를 멈춰야 한다.
구준모 /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
2026.8.5. ⓒ창비주간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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