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창비주간논평

성과연봉제, 무엇이 문제인가

이병훈

이병훈

요즘 노조들의 추투(秋鬪)가 뜨겁다. 지난달 23일 금융노조의 총파업에 이어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현대차노조, 화물연대 등이 파업 대열에 가세하여 올 가을의 노동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철도노조의 파업은 20일 넘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금융노조 역시 2차·3차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노정 격돌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박근혜정부의 임기말을 맞아 경제적 침체와 국정난맥 그리고 끊이지 않는 정치공방에 더하여 노조들의 거센 파업행동이 연이어 터져나오면서 영문 모르는 국민들에게 많은 걱정을 안기고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 총파업의 발생 배경에는 성과연봉제가 핵심쟁점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동안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도대체 정부가 추진하는 성과연봉제가 무슨 문제를 안고 있기에 이처럼 노조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인가? 사실, 성과연봉제는 임금체계의 한 유형일 뿐이고, 노동자들의 업무성과에 따라 차등적인 급여를 보상한다는 성과급 임금체계를 지칭하는 것이다.

 

성과연봉제가 회의적인 이유

 

정부는 올해 초 ‘경쟁 부재로 인한 비효율, 근무연수와 자동승급에 따른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공공기관들에 성과연봉제를 비간부직에까지 확대한다’는 취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발표하였다. 성과 중심의 조직인력 운영과 일하는 분위기로의 체질개선 등을 명분 삼아 성과연봉제 확대는 공공기관을 비롯해 금융기관과 공무원조직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현 정부는 집권 4년차에 들어 성과연봉제를 공공·금융 부문의 핵심적인 개혁과제로 꼽아 추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제동 걸린 노동시장 개혁의 돌파구로서 산하 공공기관들에 성과주의와 저성과자 퇴출의 인력관리체계를 어떻게든 관철시키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정부는 성과연봉제의 확대적용을 통해 공공·금융기관 종사자들 사이에 성과경쟁의 동기부여가 이루어짐으로써 업무효율성을 제고하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에 사로잡혀 그 이점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 이같은 성과주의 인력관리체계가 낳을 부작용이나 폐해에 대해서는 전연 고려치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의 많은 사례와 학술연구를 통해, 성과연봉제의 도입에 따라 민간기업이나 공공·금융기관의 구성원들이 단기적인 업적쌓기와 성과경쟁에 매달리는 경우 협동과 팀워크의 조직문화를 크게 손상시켜 오히려 조직차원의 경영성과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적색경고가 잇달아 울리고 있음에도 말이다.

 

구체적으로, 대표적인 글로벌기업인 GE,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GM 등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이들 기업은 성과주의 보상체계가 구성원들의 협력을 통한 조직 차원의 팀워크 활동을 가로막음으로써 기업경쟁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는 점을 인정하여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과감하게 폐기·재편하고 있다. 더욱이 공공·금융기관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는 경우, 그 기관의 종사자들이 자신의 경제적 보상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민복리와 국가경제의 공공성을 소홀히하거나 아예 도외시하는 멸공봉사(滅公奉私)의 그릇된 업무관행에 빠져들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서구의 금융기관들에서 단기업적주의를 조장해온 성과급 보상체계가 임직원들의 비윤리적 업무행위를 부추긴 것이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범으로 작용했다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의 뼈저린 자성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한 성과연봉제는 업적평가자의 주관적 재량을 피할 수 없어 기관 내 줄서기 문화를 낳거나 노동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으며, 현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 과제로 강조해온 저성과자들에 대한 일반해고, 즉 손쉬운 퇴출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공공기관 노조들이 항변하듯이 현재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핵심 문제점인 정권 차원의 낙하산인사와 정부 주도의 잘못된 정책사업 추진 관행 등을 바로잡지 않은 채 성과주의 인력관리를 도입하는 것으로 이들 기관의 경영실적이 과연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기만 하다.

 

비정상적, 불법적 정책 추진 중단해야

 

더 큰 문제는 성과연봉제를 확산시키려는 정부의 무리한 추진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여부는 노사 간의 자율적 교섭사항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방침으로 많은 공공기관에서 노조와의 정상적인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강행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임금체계 등의 주요 근로조건을 명시하는 취업규칙을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노조의 동의를 얻도록 근로기준법에 규정되어 있음에도, 정부가 독단적인 행정지침을 내세워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공기관 이사회에서의 날치기 처리를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법을 수호하고 법에 따라 노동행정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자신의 개혁논리에 매몰되어 법 절차를 무시하는 불법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니 말이다. 또한, 억지춘향으로 강요된 정책이 정권이 바뀐 후 제대로 지속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기만 하다.

 

이처럼, 정부가 공공·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는 적잖은 부작용의 위험을 안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추진방식이 비정상적이며 심지어 불법적이라는 점에서 일단 중단하는 것이 마땅하다. 얼마 전에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9.4%가 ‘노사합의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68.3%가 ‘시행시기를 늦추고 합리적 대안 논의를 먼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서울시의 지방공기업들이나 서울대병원에서 노사자율에 따라 성과연봉제의 도입여부를 결정키로 합의한 점은 노정 갈등의 해결실마리를 잘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 사정에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노정 대결로 또다른 어려움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 정부와 노동계가 힘겨루기가 아닌 대화로 이 얽힌 문제를 풀어가길 소망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먼저 대화에 한걸음 나서는 화해의 결단을 보여주길 고대한다. 

 

이병훈 /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2016.10.19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