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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20대 국회 첫 국감, 목불인견(目不忍見)

 

김삼수

김삼수

20대 국회 첫 국감, 정책실종·민생외면... ‘사상최악’

 

‘민생’과 ‘협치를 표방했던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반발한 집권여당은 정권 비호를 위해 사상 초유의 국감 보이콧에 나섰다. 피감기관 235곳 중 98개 기관의 국감이 무산됐고 137개 기관은 야당만 참석한 ‘반쪽짜리 국감’으로 진행됐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화됐지만 정쟁으로 인한 막말과 고성, 정회와 파행이 숱하게 반복됐다. 피감기관이 691개로 2015년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지만 운영실태를 따지고,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해 개선을 요구하는 모습을 찾기는 어려웠다. 정책과 민생은 실종되고,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가중됐다.

 

20대 국회는 개원 초기 법안발의 경쟁을 벌이고,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개혁의지를 드러낼 정도로 이번 국감에 대한 기대도 크게 했다. 이에 반해 추경안 처리 진통, 국회 개원식 여당 집단퇴장, 인사청문회 야당 단독진행 등 협치가 무색한 상황들이 끊이지 않아 ‘부실국감’에 대한 우려도 그만큼 컸다. 올 국감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은 물론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 저성장과 실업 문제,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북핵실험·사드 배치를 둘러싼 외교안보 현안 등 다뤄야 할 민생과 현안이 너무도 많았다. 그러나 국감이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위한 제도라는 것도 망각한 채, 국정을 책임져야 할 여당은 국민적 비판에도 정권 비호에 집중하고, 야당은 치밀한 전략과 논리적 추궁 없이 정치적 공방을 부추기면서 역대 최악의 국감이라는 오명을 가져왔다.

 

여-책임방기와 ‘정권비호’, 야-의혹규명 위한 ‘전략부재’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규명과 같이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만 해도 그 쟁점이 권력유착관계를 파헤치는 것이 아닌 ‘증인채택’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상임위원회에서 파행과 시간허비를 불러왔다. 여야는 내실 있는 정책국감보다는 정국 주도권 확보라는 정략적 이용에 몰두하면서 문제를 심화시켰다. 방송인 김제동씨의 영창 발언을 문제 삼아 무분별한 증인신청을 요구하는 등 일부 의원들은 산적한 현안 이슈를 제쳐두고 ‘국감스타’를 의식한 부적절한 이슈 만들기 행태도 여전했다. 이런 과정에서 막말과 허위사실 폭로도 이어졌다.

 

국회의장 경호원의 멱살을 잡아 최근 경찰조사까지 받은 한선교 의원(새누리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은 자숙하겠다고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은혜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국회 윤리위에 제소됐다. 이은재 의원(새누리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은 서울시교육청의 MS오피스 구입과 관련하여 조희연 교육감에게 일방적으로 고함을 치며 사퇴를 촉구하는 구태를 보였다. 정운천 의원(새누리당,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은 청년실업 대책을 거론하며 청년 10만명을 위험국가로 분류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의 오지국가로 보내야 한다고 발언해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모습은 피감기관과 증인들의 국감 태도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비생산적이고 부실한 국감을 부추기고 국감을 방해하는 태도까지 보여 국민들의 분노를 가져왔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으로 답변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고대영 KBS사장은 즉답을 피하는 자신 대신 김인영 KBS보도본부장에게 청와대 외압의혹을 질의하자 “답변하지 마”라며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질의하는 의원들을 “새파랗게 젊은 것들”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상시국감’으로 근본적인 제도 개선해야

 

국정감사는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으로 입법 기능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자 국회의 의무다.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는지, 예산을 정당하게 집행하는지를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행정부의 권력 쏠림 현상에 따른 폐단을 막기 위한 목적이 크다. 특히 다음 년도 예산안 심의에 앞서 행정부의 국정운영 실태를 따지고, 예산 낭비 사례 등 잘못된 점을 지적해 책임을 추궁하게 된다. 따라서 국회가 국정감사권을 올바로 행사할 때 견제와 균형의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다.

 

국회에서 정쟁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채 정치를 후퇴시켜서는 안된다. 국정감사가 공방만 있고 대안이 없는 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우선, 단기간에 수많은 피감기관을 감사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중 상임위별로 캘린더 식으로 정해진 일정에 따르는 상시국감을 도입하고, 사안에 따라 국정조사나 청문회와 연계해야 할 것이다. 둘째, 소수정파의 증인채택을 인정하고, 증인 불출석과 위증, 정부의 자료제출 거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셋째, 국감 사후검증제도를 철저히 실시하여 앞으로 각 기관별 국감은 전년도 지적사항에 대한 이행여부의 사전검증부터 시작하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는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의회민주주의는 대통령을 비호하거나 대통령으로 하여금 의회를 운영토록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민주적이고 정당한 권력을 행사하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다. 국회는 의회민주주의의 기본부터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김삼수 / 경실련 정치사법팀 국장

2016.10.26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