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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정상회담의 합의와 불합의

서재정

서재정

지난 미중정상회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특히 ‘북핵 문제’를 두고 합의를 이룬 것인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인가?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 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일과 7일 플로리다 주에서 가진 정상회담의 전모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 한계를 인정한 채 회담의 내용을 추적해보면 중요한 합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중요한 의견차이가 있었던 것도 사실로 보인다.

 

포괄적 합의, 여전한 의견차

 

우선 중국과 미국 사이의 관계와 관련하여 눈에 띄는 합의가 있었다. 첫째, 미중관계의 성격에 대한 원칙에 합의했다. “상호존중에 기초하여 차이를 관리하고 협력 분야를 증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틸러슨 미 국무장관) 일방주의가 아니라 상호존중과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원칙이다. 즉 양국 간에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차이를 인정하되, 이를 일방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상호존중하여 관리하고, 협력 분야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둘째, 이러한 원칙을 실행하기 위한 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제도주의적 합의이다. 양국관계뿐만 아니라 국제관계는 복잡하고, 예측이 어려우며, 불확실성이 상존하므로, 제도를 통해서 투명성을 높이고 예측 가능성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개인의 성향이나 판단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도 있는 변동성을 제도를 통해 안정화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미중포괄대화’를 정상 수준에 설치하고 그 밑에 1) 외교안보대화, 2) 전면적인 경제대화, 3) 법 집행 및 인터넷 안보 대화, 4) 사회 및 인문 대화 등 4개의 고위급 대화협력기제를 두기로 합의했다.

 

셋째, 이러한 원칙과 기구에 대한 합의가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결과를 생산할 수 있도록 구체적 과제와 일정에 합의했다. 즉 경제무역 분야 ‘100일 플랜’을 통해 무역불균형 문제 개선을 추구하도록 합의했고, 시 진핑 주석의 초청에 부응하여 중국에서 열릴 다음 정상회담에서 성공적 결과들이 나오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첫 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원칙과 기제 및 행동계획 등에 포괄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성공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의견차이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의 평화공존 5원칙과 비교해보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우선 ‘상호존중’이 ‘주권과 영유권 상호존중’을 의미하는지 불명확하다. 또 상호 불가침, 상호 내정 불간섭, 평화공존 등이 언급되지 않은 것도 의미심장하다. 남중국해 등에서의 영토 문제와 소위 ‘인권 문제’ 등에 이견이 있었고, 사드를 포함해 전략적 균형에 대해서도 의견차이가 있지 않았느냐고 추론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명시했지만...

 

이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함의를 갖는다. 정상회담 직후 7일 기자회견에서 틸러슨 국무장관이 이에 대해 한 발언은 다음이 전부다.

“양측은 북한 무기 프로그램 위협의 긴급성을 인식하고, 한반도(Korean Peninsula) 비핵화에 대한 양국의 약속을 재확인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기로 다짐했다. 조선인민공화국(DPRK)이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자국의 불법적 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협력을 증대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충격적이라 할 만한 내용이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미국과 한국이 오랫동안 요구한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명기한 것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 부분도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안보리 결의가 제재뿐 아니라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도 촉구하고 있다는 중국의 입장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북을 공식명칭으로 부르며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설득’하고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총체적으로 보아 미·중 정상이 ‘북한 문제’에 대해 1) 한반도 비핵화, 2) 제재와 대화(안보리 결의에 따라), 3) 평화적 해결을 위해 협력하고 설득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는 발언이다.

 

물론 이러한 원칙적 합의가 충격적일 정도로 중요하다고 해도 원칙에 대한 차이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는 ‘북핵 문제’ 해결 3원칙 중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합의가 있었지만,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이 언급되지 않은 것이 눈에 띈다. 미중관계에서 평화공존이 언급되지 않은 것과 일맥상통한다. 즉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관계된다면 미국은 군사력 사용을 불사하겠다는 ‘미국우선주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견지했고, 시 진핑 주석이 이에 동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기제와 실행 프로그램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제안인 쌍궤병행(雙軌竝行,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협상병행)과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에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부분들이 있다. 즉 합의의 내용에 비핵화는 있지만 평화협정은 빠져 있다. 또 미국 측은 북의 입장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고,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다른 행동’에 대해 중국의 제안을 환영한다며 중국의 제안을 거부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실행이 따라야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에는 합의가 이뤄졌으나, 그 구체적 이행방법에서 의견차이를 넘지 못한 것이다. 이제 과제는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만들어 당사국들 사이에 합의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한반도 인근에 재배치한 것이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으나, 이는 북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을 발사할 가능성에 대비한 ‘모든 가능한 조치’의 일환일 것이다. 한시적이며 제한적인 조치이다. 이 때문에 ‘안보위기론’이 확대재생산되어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적 합의마저 삼켜버리는 상황으로 발전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동시에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외교가 절실하다. 

 

서재정 /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교수, 국제정치학

2017.4.12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