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창비주간논평

북의 핵실험 강행, 논리가 틀렸다

정현곤 / 세교연구소 상임기획위원

 

사실 2009년 4월 북에서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하고 연이어 핵실험을 단행했을 때, 북한을 읽는 우리에게도 중대한 논리 전환이 있었다. 그것은 북이 늘 제기해오던 '안보위협론'의 설득력이 약해진다는 점이었다. 예컨대 북의 핵무장이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만은 아니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당시를 되돌아봤을 때, 북의 인공위성 발사 강행과 뒤이은 핵실험에는 김정일 위원장 유고 가능성이라는 북한 내부 변수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이해에 대해 북은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이명박정부와 미국에 의한 북한 붕괴론과 강력한 대북 압박이 실제로 있었고, 북은 핵폭탄을 발판으로 한 군사력으로 이를 막았다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선제적 전쟁억제력 투자가 2009년 핵실험이라는 주장이다. 2010년 11월에 북이 연평도 포격이라는 한국전쟁 이래 초유의 사태를 유발했을 때, 한-미의 군사력에 대응했던 북의 군사력이 부각된 적이 있었다. 당시 북의 행위가 명백한 도발이었다는 점에서 북은 위협받는 존재라기보다는 위협하는 존재였다고 할 수 있다.

 

북의 '안보위협론'은 지금 타당한가

 

그러나 이명박정부 전체로 볼 때, 북이 여전히 '안보위협론'을 주장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2013년 1월 28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러한 '안보위협론'에 대한 북의 바뀐 인식을 보여준다. 《조선신보》는 올해 1월 24일 북한 국방위원회가 미국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한 것을 두고 "적들이 원자탄으로 우리를 위협 공갈하던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으며 조선반도의 력학적 구도가 공화국을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 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적고 있다. 이는 북이 핵무기를 보유했고 나아가 미국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운반수단을 확보한 이상 안보위협은 결정적일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북의 3차 핵실험은 어떤가? 결론부터 말하면 논리가 서질 않는다. 우선 북이 다시 들고 나온 안보위협의 근거가 너무 약하다. 이미 인용한 《조선신보》도 그렇지만 1월 27일자 《노동신문》에서도 단서는 보인다. 신문은 "김정일 동지께서 한생을 바쳐 마련해주신 자위적인 전쟁억제력에 토대하여 이제는 인민들이 더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도록 경제건설에 집중하려던 우리의 노력"을 유엔 제재가 막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유엔 제재는 "적대세력의 전례 없는 반공화국 압살책동"으로 규정되어 있다. 여전한 안보위협론이다. 그러나 이미 확보한 전쟁억제력보다 더한 행위를 해야 할 이유는 자의적이다. 북의 설명 방식대로 위협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지금의 유엔 제재가 추가적 핵보유를 추진할 사태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 북은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북이 인공위성 발사체에 핵탄두를 싣겠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1월 24일의 북 국방위원회 성명을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천만군민의 경제강국 건설도,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우주정복투쟁도, 나라의 국방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억제력강화도 미국을 비롯한 온갖 적대세력들의 준동을 짓부시기 위한 전면대결전에 지향되고 복종될 것이다."

 

이 글에는 경제활동, 우주 이용, 국방을 위한 억제력 강화가 각각 분리되어 표현되고 있다. 쟁점이 되고 있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문제가 군사적 수단과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주정복투쟁도 미국을 향한 장거리미사일 개발로 활용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핵실험은 이런 주장 위에서 공언되고 있다. 결국 핵탄두를 인공위성 운반수단에 실어 미국으로 쏘겠다는 뜻인데, 북이 인공위성을 쏠 때부터 3차 핵실험을 결정해두고 있었다고 이해가 되는 논법이다.

 

3차 핵실험으로 옹색해질 평화협정 체결 주장

 

유엔의 제재 이후 북은 명백한 한가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제 한반도 비핵화는 없다는 것이다. 내막은 평화협정 문제를 먼저 얘기하자는 것이다. 그 기초가 있을 때 한반도 비핵화 논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이 평화협정과 비핵화 동시병행전략을 폐기하고 엄격한 선후전략으로 바꾼 이유의 첫번째는 한국과 미국의 완고한 입장 때문이다. 양 정부는 입으로는 동시병행을 말하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북핵 폐기의 선제적 조치만을 요구해왔다. 한미가 세운 프레임을 깨고 변화를 모색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북은 좀더 규모있는 한반도의 분쟁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북의 3차 핵실험이 평화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모두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북이 3차 핵실험을 하는 순간 북은 스스로 위협적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간 북에 가해지는 안보위협이 북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나름의 이유를 설명해주었고, 그것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밀접한 관계를 가장 잘 이해시켜왔기 때문이다. 북의 3차 핵실험으로 안보위협론이 실체를 상실한 조건이라면, 평화협정 체결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게 될 것이다. 많은 이는 핵무기 완성도를 더 높이고 이를 통해 통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북이 핵실험을 강행한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군사강국 북한을 원치 않는 많은 국가들은 견제와 압박을 감행할 것이다.

 

북이 명분을 유지하려면

 

북이 명분을 유지하는 방법은 있다. 유엔의 제재에 대해, 그것의 효과가 말에 그칠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북도 지금까지의 말에 그치는 접근을 하는 경우이다. 우주클럽 10위 진입의 명분을 살리는 방법이다. 그리고 '다시 인민들이 더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도록 경제건설에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북이 공언하고 있는 대로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그것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 된다. '이제 우리가 위협적 존재가 되었으니 평화협정 요구는 당신들이 먼저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안보 대 안보의 교환, 즉 평화협정과 한반도 비핵화를 동시에 푸는 고육책으로 3차 핵실험은 위험도가 너무 높은 선택이다.

 

2013.2.6 ⓒ 창비주간논평